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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07-12 조회수 : 60

[연중 제15주일] 
 
 복음: 마태 13,1-23: “씨 뿌리는 자”의 비유 
 
1. 비유의 자리와 의도: 하느님 나라의 신비
예수님께서는 배 위에서 군중에게 비유로 말씀하신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비유로 말씀해 주셨다.”(3절) 그분이 물가에서, 즉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서 말씀하셨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과 세상 현실 사이의 경계, 곧 인간과 하느님이 만나는 지점에서 복음이 선포된다는 상징적 표현이다. 그분의 비유는 단순한 예화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드러내는 계시의 언어다. “너희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11절) 즉, 말씀은 누구에게나 들리지만, 그 의미를 깨닫는 일은 열린 마음의 은총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리게네스는 말한다. “말씀의 씨앗은 모든 사람에게 뿌려지지만, 그 결실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하느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풍요롭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척박하면 그 힘이 드러나지 못한다.”(Commentarium in Matthaeum XIII,3 의역) 
 
2. 씨 뿌리는 이와 말씀의 보편성
씨를 뿌리는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이시며,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그분의 선포는 차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 씨앗이 떨어지는 곳이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좋은 땅이든 뿌리는 이는 동일하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말씀을 아낌없이 주신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말한다. “비와 눈은 하늘에서 내려와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땅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이사 55,10-11) 즉, 말씀은 언제나 효력을 지닌 창조의 말씀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 효력은 결실을 보지 못하고 헛되이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3. ‘마음의 밭’: 인간의 응답
예수님께서는 네 가지 밭을 제시하시며 인간의 내적 상태를 묘사하신다. 길바닥은 말씀을 듣기는 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이며, 세속적 분주함, 무관심, 영적 둔감함 속에 말씀이 스며들 틈이 없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길가에 떨어진 씨앗은, 말씀을 듣고도 그 말씀을 마음에 간직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마음은 단단하게 굳어 있어, 악마가 와서 말씀을 훔쳐 간다.”(Sermo 101,2 의역) 돌밭은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 시련이 오면 쉽게 무너진다. 즉, 감정의 신앙, 피상적 열심의 신앙을 상징한다. 가시덤불은 세속적 욕망과 재물의 유혹 속에서 말씀이 질식되어 버린다. 오늘날의 소비주의와 자기중심적 성공의 논리가 바로 이 가시덤불이다. 좋은 땅은 말씀을 듣고 깨닫는 마음을 말하며, “깨닫는다.”는 것은 단순히 지적으로 이해한다는 뜻이 아니라, 말씀을 삶으로 살아낸다는 의미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이는 곧 하느님의 밭이며, 그 안에서 하느님께서 직접 일하신다.”(Homiliae in Matthaeum 44,3 의역) 
 
4. 열매 맺는 말씀: 백배, 예순 배, 서른 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23절) 결실의 차이는 인간 응답의 정도를 말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말씀을 같게 주시지만, 인간이 협력하는 자유의 깊이에 따라 결실의 크기가 달라진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여기서 세 가지 결실을 세 가지 사랑의 차원으로 해석한다. “삼십 배는 혼인의 정결을 지키는 사람, 육십 배는 금욕적 삶을 사는 사람, 백 배는 순교자들의 완전한 사랑을 상징한다.”(De sancta virginitate 44 의역) 이처럼 말씀의 결실은 각자의 소명과 삶의 자리에서 사랑으로 응답하는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결국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으로 실천될 때 완전한 열매를 맺는다는 것이다. 
 
5. 말씀의 능력과 인간의 책임
하느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 “썩어 없어지지 않는 씨앗”(1베드 1,23)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안에서 자라려면, 마음의 밭을 돌보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밭을 가꾸는 일은 곧 회개, 기도, 말씀 묵상, 그리고 실천의 삶이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협력자고, 여러분은 하느님의 밭이며, 하느님의 건물입니다.”(1코린 3,9) 이 말씀은 곧 우리의 마음이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성전이라는 뜻이다. 그분의 말씀은 그 안에서 자라며, 세상을 향한 열매를 맺는다. 
 
6. 결론: 말씀을 살아내는 신앙
하느님의 말씀은 씨앗처럼 조용하지만, 그 안에 창조의 힘이 있다. 그 씨앗이 우리 안에 뿌리내리면, 우리의 삶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밭이 된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9절) 이 말씀은 단순한 경청의 요청이 아니라, 순명과 실천의 초대이다. 오늘 우리가 주님 앞에서 이렇게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님, 제 마음의 밭을 일구어 주소서. 세상 욕심의 가시를 뽑아내고, 당신 말씀이 자라 열매 맺게 하소서. 제가 듣는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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