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종말: 의인과 악인의 운명
오늘 복음 말씀은, 제자들이 “밭의 가라지 비유를 저희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하고 청하는 것으로 보아, 앞선 ‘가라지의 비유’를(13,24-30)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더 앞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13,1-9) 이 비유에 대한 ‘설명’과(13,18-23) 비교해 볼 때, 그 연관성은 훨씬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라지의 비유’에서는 가르침의 대상이 ‘군중’으로 언급되며, 밭 주인의 신중함과 인내심이 돋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말씀에서는 대상이 ‘제자들’에게 국한되며, 주인의 그러한 모습이 전혀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유에 대한 단순한 설명을 뛰어넘어, 제자들을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가르침, 곧 ‘세상 종말’에 대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먼저 “좋은 씨를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임을 밝히십니다. 씨는 ‘좋은 씨’이며, 씨 뿌리는 이는 ‘사람의 아들’ 곧 당신 자신을 가리킨다는 사실에서는 다른 비유 말씀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씨’가 ‘하느님의 말씀’ 또는 ‘하늘 나라에 관한 말씀’이 아니라(13,1-9와 24-30 참조), ‘하늘 나라의 자녀들’로 명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하나의 차이점으로 짚어볼 수는 있으나,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늘 나라의 자녀들’은 결국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의인들”로서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사람들입니다.
이어서, “가라지들은 악한 자의 자녀들이며, 가라지를 뿌린 원수는 악마”임을 밝히십니다. 여기서 ‘원수’는 하느님에게서 분리된 자,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나가버린 자를 가리키는 표현으로써 세상에 퍼져 있는 악의 기원과 그 정체성을 드러내며, ‘악마’ 또는 ‘마귀’는 하느님 앞에서 사람을 비방하는 존재,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불화를 조성하는 존재를 가리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에게서 분리된 자는 다른 이들도 하느님에게서 분리되도록 촉구하며 힘쓰는 존재, “남을 죄짓게 하는 자”와 “불의를 저지르는 자”입니다. 이들은 “불구덩이에 던져질 것이며,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입니다.” ‘불구덩이’는 모든 불의한 것들이 징계 되고 일소되는 장소이며, 이곳에서 악인들은, 울부짖고 분노로 씩씩대는 사람의 모습처럼, 종말론적인 영원한 운명에 놓일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좋은 씨’와 ‘가라지’의 운명,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의인들과 “불구덩이에 던져져 울며 이를 갈” 악인들의 운명을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또한,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는 마무리 당부 말씀으로, 모든 이가 ‘가라지’의 운명을 벗어나 ‘좋은 씨’로서의 자격을 되찾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이러한 바람을 현실로 만드시기 위해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십자가상 희생제물로 바치실 것이기에, 이 바람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바람으로 머물 것입니다.
오늘 하루,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말씀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지력과 지혜를 청하는 가운데, ‘좋은 씨’로서의 모습으로 또는 그 모습을 되찾아,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주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의미 있는 하루 뒤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