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
복음: 마태오 15,1-2.10-14: “사람을 더럽히는 것”
오늘 복음에서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믿음을 가지려 온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조상들의 전통을 지키지 않았다고 따지러 왔다.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어깁니까?”(2절) 그들이 문제 삼은 것은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일이었다. 원래 정결례 규정은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이웃 사랑을 돕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 정신을 잃어버리고 문자와 관습 자체에 집착하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불러 말씀하신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11절) 주님께서는 율법을 폐지하신 것이 아니라, 율법의 참된 중심이 마음의 정결에 있음을 드러내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대목을 해설하며, 예수님께서 음식 규정을 문제 삼으신 것이 아니라 위선과 교만을 문제 삼으셨다고 말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악한 의지와 부패한 마음”이라는 것이다(“마태오 복음 강해”, 51강). 성 아우구스티노도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손의 씻김보다 양심의 씻김을 바라신다.” 겉은 깨끗해 보여도 마음 안에 미움과 시기와 거짓이 있다면 참된 정결이 아니다.
예수님께서는 음식 자체가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고 하신다. 창조된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창세 1장 참조)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창조된 것은 모두 좋은 것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으면 배척할 것이 하나도 없다.”(299; 1티모 4,4 참조) 그러므로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마음이다. 교회는 외적 절제와 단식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그것은 마음의 회개를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예수님께서 열거하신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19절)이야말로 사람을 참으로 더럽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음식이 사람을 거룩하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체성사의 은총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성체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이다. 성 바오로는 경고한다. “합당하지 않게 빵을 먹고 주님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는 것입니다.”(1코린 11,27) 교리서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중대한 죄를 의식하는 사람은 먼저 고해성사를 받은 뒤에 성체를 모셔야 한다.”(1385) 성체는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은총의 성사이지만, 그것을 합당하지 않게 받아 모시면 오히려 심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의 핵심은 “성체가 거룩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거룩한 것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정결해야 한다는 데 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신다.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초목은 모두 뽑힐 것이다.”(13절) 성 히에로니모는 이 말씀을 해석하며, 하느님께서 심으신 것은 믿음과 사랑과 진리이고, 인간의 교만에서 나온 가르침은 오래 남지 못한다고 말한다. 바리사이들의 문제는 전통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전통을 하느님의 뜻 위에 놓은 것이었다. 교리서도 같은 원칙을 가르친다. “전통은 하느님 말씀에 봉사해야 하며, 그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83-87 참조) 참된 전통은 복음을 보존하고 전달하지만, 인간적 관습이 복음의 정신을 가리게 될 때는 끊임없이 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그들은 눈먼 이들의 눈먼 인도자다.”(14절) 성 그레고리오는 “진리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이를 인도하려 하면 함께 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영적 지도자의 첫 번째 조건은 지식이 아니라 겸손과 회개이다. 교리서는 양심에 대해 이렇게 가르친다. “양심은 진리에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1783-1785) 성경을 자기 생각대로 왜곡하면 우리도 눈먼 인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말씀을 배우고, 성령의 빛 안에서 분별해야 한다.
오늘 주님께서는 외적 형식에 머무르지 말고 마음의 회개로 나아가라고 부르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권고한다. “입술을 깨끗하게 하려 하지 말고, 먼저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 마음이 깨끗하면 말도 깨끗해진다.” 우리의 손은 씻겨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씻겨 있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 주님께 이렇게 청하자. “주님, 제 마음을 깨끗하게 하시고,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형제를 살리는 말이 되게 하소서. 저를 눈먼 인도자가 아니라, 당신 빛을 따르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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