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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4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6-10-04 조회수 : 40

복음: 마태 21,33-43: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 

 

1. 하느님의 포도밭: 사랑의 계약과 구원의 역사

오늘 복음의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는 단순한 경제적 비유가 아니라, 구원사의 상징적 요약이다. 포도밭은 이스라엘을 가리키며,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가꾸신 선택된 백성을 상징한다.(호세 10,1; 예레 2,21) 이사야서의 “포도밭 노래”(5,1-7)는 상처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묘사한다. 하느님께서는 울타리를 치고, 망대를 세우고, 술틀까지 마련하셨지만, 이스라엘은 “좋은 포도 대신 들포도”를 맺었다. 

 

이것은 하느님과의 계약적 사랑이 인간의 불충으로 배반당한 비극을 드러낸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포도밭을 이렇게 해석한다. “하느님은 우리 안에 당신의 포도밭을 세우셨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의 뜻이 아니라, 자기 욕망의 열매를 맺는다면, 우리는 이미 그 포도밭에 돌을 옮겨 놓은 자들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분의 ‘동업자’(cooperatores Dei)로 부르시며, 그분의 사랑이 인간의 자유 안에서 결실을 기다리신다. 이 포도밭은 단순히 과거의 이스라엘이 아니라, 오늘의 교회를 가리킨다. 

 

2. 아들의 파견: 구원의 절정과 인간의 거부

비유의 절정은 주인이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낸 사건이다.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37절) 그러나 그들은 아들을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내던져 죽였다. 이는 명백히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예고한다. 히브리서가 말하듯, “하느님께서는 예전에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번에 걸쳐 여러가지 방식으로 조상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이 마지막 때에는 아드님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히브 1,1-2)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이렇게 해석한다. “주인은 끝까지 기다리셨다. 하느님의 인내는 형벌보다 앞서며, 자비는 정의보다 크다.”(Homilia in Matthaeum 68,3 현대 요약) 이처럼 하느님은 죄를 벌하시기보다 회개를 기다리시는 분이다. 그러나 인간이 끝까지 그 아들을 거부할 때, 구원의 질서는 새로운 단계로 넘어간다. 

 

3. 버려진 돌, 머릿돌이 되다.: 십자가의 역설

예수님께서는 시편 118편을 인용하시며 말씀하신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22절) 이 인용은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를 요약한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버린 그리스도를 새 창조의 머릿돌로 삼으셨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스도는 인류의 건축에서 머릿돌이 되셨다. 그분 안에서 율법과 예언자들이 결합되고, 하늘과 땅이 다시 연결되었다.”(사상 요약) 교리서는 이 구원의 중심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십자가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의 결정적 도구이며, 부활은 그 계획의 완성이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은 인간의 죄를 극복하는 사랑의 승리이다.”(599-620 참조) 즉, 버림받음의 자리가 구원의 기초가 되었다는 역설이 하느님 나라의 신비다. 

 

4. 새로운 백성: 교회, 하느님 나라의 열매 맺는 공동체

예수님은 선언하신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43절) 이 말씀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배척이 아니라, 교회의 탄생을 예고한다. 하느님 나라는 혈통이 아니라, 믿음의 열매로 주어진다. 베드로 사도는 이를 명확히 표현한다.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1베드 2,9) 

 

교회는 이제 하느님의 포도밭의 새로운 소작인, 즉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열매 맺는 새로운 계약의 백성이다. 교회 헌장은 이렇게 가르친다. “그리스도께서는 새로운 계약을 세우시어,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백성으로 부르셨다. 이 백성은 사랑으로 살아가며,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9항 요약) 

 

5. 열매 맺는 신앙: 행동하는 교회의 본질

하느님의 나라는 단순한 이론이나 교리의 문제가 아니다. 복음은 분명히 말한다.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나라가 주어진다고 하였다. 잔프랑코 바르발리오가 말한 대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본질적 특성은 행동하는 데 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정통교리는 불충실한 이스라엘과 다를 것이 없다.”(I Vangeli, Assisi 1975, p. 472) 

 

바오로 사도도 이 점을 강조하며,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을 간직하십시오.”(필리 4,8)라고 권고한다. 이는 신앙이 사유에 머물지 않고, 행위로 열매 맺는 것을 뜻한다. 교리서도 이렇게 가르친다. “신앙은 행위 안에서 완성된다. 믿음은 사랑을 통하여 활동할 때에만 살아 있는 것이다.”(1815항; 갈라 5,6 참조) 

 

6. 결론: 포도밭의 열매, 교회의 사명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는 하느님의 포도밭 안에서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 하느님께서 맡기신 포도밭은 곧 우리의 공동체, 가정, 교회, 그리고 사회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포도밭에서 신앙과 사랑, 정의와 자비, 용서와 평화의 열매를 맺도록 부름을 받았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대가 포도밭의 일꾼이라면, 그대의 손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있는가를 보라. 하느님께 열매를 바치지 않는 자는 이미 포도밭 밖에 있는 자다.”(Sermo 179,2 요약)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시작된 구원의 포도밭은 오늘도 우리 안에서 자라난다. 그분께 충실한 이들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열매를 맺는 새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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