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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축일(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09-14 조회수 : 297

성 십자가 현양 축일(다해)

 

1독서 : 민수기 21,4~9(또는 필리 2,6~11)

복 음 : 요한 3,13~17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4)

 

성당에 처음 오신 예비 신자들에게 성당에 나오게 된 동기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혹은 구원을 얻기 위해서혹은 복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는 신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도 이들의 대답과 거의 비슷합니다.

모두가 좋은 것만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요. 다시 말해서 나에게 고통이 영광만을, 십자가가 아닌 편한 길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하여성당에 나오든 구원을 받기 위하여성당에 나오든 다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가장 큰 목표가 되기에는 어딘가 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단호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9,23)

 

"또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마태10,38)

예수님께서도 그 길을 가셨으니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것도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 구원을 위하여 지고 가신 거룩한 십자가를 경배하는 날,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십자가가 고통을 상징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잘 아는 사실이지요. 그런 십자가를 드러내 놓고 찬양을 드리는 날입니다. 고통을 피하고 싶어서 찾아든 우리에게 교회는 이렇게 십자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십자가를 져야만 부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내 앞에 어려움이 가로놓이면 피하고만 싶은 것이 약한 우리의 마음이지요.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도 십자가를 지셨으며 십자가를 지심으로써 온 인류를 당신께 모아들이셨고, 또 당신을 따라 십자가를 지는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십자가 없는 축복과 평화, 구원을 바라지만 십자가를 지지 않으면 구원에 이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마음의 평화도 하느님의 축복도 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갈라6,14)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십자가 안에는 우리의 구원과 생명과 부활이 있으며 십자가를 짐으로써 우리는 구원과 자유를 얻게 됩니다.

 

사람마다 져야하는 십자가의 모습은 다 다릅니다. 가난이 십자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하고 모난 성격으로 늘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이 있고, 사고를 저지르는 자식이 십자가인 사람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이렇게 하소연을 합니다.

 

"하느님! 왜 저에게만 이런 십자가를 지워주십니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근시안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바로 눈앞의 자기 일 밖에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지요. 누구에게나 십자가는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는 처절한 십자가의 길을 다 걸으시고 이제 더는 내려갈 길이 없는 밑바닥에서 온갖 치욕을 다 겪으신 후에 부활을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냥 시늉으로만 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 치욕스러울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낮춤으로써 부활의 승리를 이루셨다는 것이지요.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절망의 끝까지 내려가야 부활은 시작됩니다. 죽음 같은 아픔이지요. 예수님의 부활은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바닥까지 내려감으로써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서 새로운 희망이 솟아나는 것, 이것이 십자가의 신비이고 부활의 신비입니다.

 

오늘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삶의 십자가를 져야만이 우리가 원하는 마음의 평화와 축복, 또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음을 가르쳐 줍니다. 우리는 그 십자가를 지겠다고, 또 거기에서 구원이 있음을 믿는다는 고백으로 삶의 중심에, 집안의 중심에, 성당에, 각 공동체가 모이는 회합실에,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몸의 중요한 부분에 십자가를 걸고 달며 그 의미를 되새기지요. 뿌옇게 먼지 앉아 있는 장식품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라 기꺼이 십자가를 지겠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혀오는 십자가를 피하려고 하지 말고 나를 정화시키고 성숙시키는 은총의 십자가로 받아들이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부활의 영광이 여러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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