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9월 18일 성 김대건(안드레아)와 성 정하상(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09-18 조회수 : 343

성 김대건(안드레아)와 성 정하상(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다해)

 

제 1독서 : 지혜 3,1~9

제 2독서 : 로마 8,31ㄴ~39

복     음 : 루카 9,23~26


제목 : 우리 초대 교회의 아름다움

오늘은 성 김대건(안드레아)와 성 정하상(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우리나라의 103위 성인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신앙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저는 특별히 그 당시 박해를 피해서 산에서 교우촌을 이루며 살아가던 우리 초기 교회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갔는지에 대하여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에게는 천국이 둘이 있습니다. 이 세상을 마친 후 하느님께 가는 천국이 하나요, 이 세상에서의 천국이 그 두 번째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신자들의 공동체에서도 천국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자 황일광(시몬))

 

지난 2014816일 복자품에 오르신 황일광(시몬) 복자의 고백입니다. 그는 백정이라는 천민으로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소외와 극심한 멸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신자가 되어 하느님을 믿게 되었고 신자들의 공동체가 그를 한 공동체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하느님을 알게 된 것도 기뻤지만 또한 이 세상에서 자신을 인간으로서 대우해 주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에 천국과 같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나라 신앙의 선조들은 하느님을 위해 순교를 하였으며 이는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순교 이전에 그들이 천민들을 대하던 오랜 관습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을 포기하면서 그들을 한공동체로 받아들였다는 것부터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교회는 처음에 양반들이 시작했지만 그 후 150여 년 동안 가난한 사람들이 박해를 겪으며 순교하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교회를 이끌어 왔습니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교회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그들은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마음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30여 년 전부터 경제적으로 풍요로와지면서 농민, 노동자 등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 의도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았지만 중산층 사람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이끌어가다 보니 자연히 가난한 사람들은 소외되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의식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들을 낮추고 천민들을 받아들였지만,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배려와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하느님을 위해 순교한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천민들을 한 공동체로 받아들인 일이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양반들이 천민들을 상놈으로 천대하지 않고 서로 한 형제로 여긴 일, 그것이 대단하다는 말입니다. 철저하게 신분사회, 계급사회였던 조선사회에서 천민들을 한 형제로 여기고 받아들인 일, 그 자체로 당시의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목숨을 바치는 순교 이전에 예부터 내려오던 당연한 관습에 대하여 스스로 죽는 순교를 하였던 것입니다. - 양보! 희생!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

신앙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모습이 바로 형제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양보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며, 그들의 유익을 위해 사랑하는 일입니다. 이 또한 하나의 순교입니다.

한국 순교성인 대축일인 오늘 형제들을 위해 사랑의 순교자가 되는 우리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