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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2일 연중 제 25주간 목요일(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09-23 조회수 : 326

연중 제 25주간 목요일(다해)

 

1독서 : 코헬렛 1,2~11

복 음 : 루카 9,7~9

제목 : 나의 바닥짐, 즉 중심은 무엇인가?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에서는 배를 다 만들고 나면 맨 밑바닥에 바닥짐을 싣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배를 바다에 띄우기 위해서는 바닥에 얼마간의 무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바닥짐이 없다면 배를 바다에 띄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기 전에 뒤집히고 만다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이 바닥짐은 인생에 있어서 우리의 중심일 것입니다. 그 바닥짐은, 무겁고 힘들다고 내던질 수 없는 인생의 알맹이입니다. 그것 없이는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 배를 띄울 수도 없고, 항해할 수도 없습니다. 항해하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함께 가야 하는 당연하고도 소중한 바닥짐이며 중심입니다.

배에 실린 많은 짐들은 배를 무겁게 하여 앞으로 나아가는데 힘겹게 합니다. 풍랑이라도 만나면 침몰할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하나씩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진실을 저버리고, 정의에 눈감고, 나눔은 나중으로 미루고.. 항해를 시작할 때의 열정에 찼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빨리 나아갈까만 고심하며 마구 치달아갑니다. 짐이 없어 가벼운 배는 빨리 나아가 목적지인 항구에 빨리 닿습니다. 그러나 배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빈 배인 것입니다.

 

바닥짐과 빈 배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어리둥절해 하고 두려워하며, 자기가 죽인 세례자 요한이 다시 살아났다는 소문에 몹시 혼란스러워하는 헤로데. ‘그의 삶의 중심은 무엇이었을까?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그를 보호해주리라 믿고 끝까지 붙잡고 놓치지 않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 나의 중심은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끝내 붙잡으려는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나의 삶을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나의 삶에서 중심은 올바른지 그리고 나의 삶의 태도는 성실한지? 나의 항해는 어디쯤에 와있으며 배에는 무엇이 실려 있는지? 항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선한 의지들을 바다에 던져버리고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정신을 팔고 있지는 않은지? 무겁다는 이유로 바닥짐을 내던지고 출렁이는 물결에 균형을 잃고 두려움과 혼란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씨는 많이 뿌렸어도 수확은 적었고, 먹어도 배부르지 않으며, 마셔도 성이 차지 않고, 입어도 따뜻하지 않으며, 아무리 벌어들여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아니었는지 지난 삶을 돌아보라고 하십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보며, 남은 항해가 빈 배가 되지 않고 마칠 수 있기를 원한다면, 바닥짐이란 내어버려야 할 짐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살아가야 합니다. 일상의 삶에서 거짓과 불의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웃과 함께 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며,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을 위하여 기꺼이 투신하는 삶이야말로 인생이라는 항해가 빈 배로 끝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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