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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일 연중 제 27주일(군인주일) - 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10-02 조회수 : 307

연중 제 27주일(군인주일) - 다해

 

1독서 : 하바꾹 1,2~3; 2,2~4

2독서 : 2티모 1,6~8. 13~14

복 음 : 루카 17,5~10

제 목 : 믿음의 힘, 종의 의무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루카 17,5)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루카 17,10)

 

마르코 복음에서 악령들린 아이의 아버지가 선생님께서 하실 수 있다면 자비를 베푸셔서 저희를 도와 주십시오."하자 예수님은 "'할 수만 있다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에게는 안 되는 일이 없다"고 그 유명한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자 아이 아버지는 큰 소리로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이 부족하다면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지요. 이는 고백과 겸손이 절묘하게 조화된 아름다운 청원입니다. 그런데 그에 비해 오늘 루가복음에서 제자들의 청원은 약간 불순합니다. 왜 믿음을 더하여 달라고 청하는 것입니까? 우리 경험에 비추어 제자들의 마음을 짐작해보면 아마도 신통력을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한 믿음이 기적을 체험하게 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예수님도 분명히 믿는 사람에게는 안되는 일이 없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제자들과 우리는 믿음과 기적에 대하여 중대한 오해를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믿음을 내세워 무슨 거래를 청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아니십니다. 우주보다 크신 하느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 아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무슨 믿음을 자랑합니까? 우리의 장담이 아니라 하느님의 신실하심이 우리를 구원합니다. 우리의 신실함이란 하느님의 신실하심에 전적으로 기대어 있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결국 하느님께 겸손히 의탁하는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작은 믿음을 통하여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기적을 베푸십니다. 무슨 기적일까요?

신앙에 있어서 기적 중의 기적은 우리가 하느님을 주님으로 모시고 종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삶 자체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된 일, 인생과 사랑의 가치를 알게 된 일, 그래서 이기적으로 욕망을 쫓고 두려움과 미움으로 살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감사하고 기뻐하며 더불어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참된 기적입니다. 이 기적에 비하면 초자연적인 기적은, 가령 문자 그대로 뽕나무가 뿌리째 뽑혀 바다에 심어진대도 실은 별 의미가 없는 일일 뿐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종의 의무를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 사이에서 공치사를 하지 말라는 처세술을 가르치시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는 종의 고백은 실은 하느님께 우리가 드려야 할 고백입니다. 진정 그렇게 겸손한 고백을 바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믿음으로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셨습니다. 현세의 보상과 내세의 영원한 생명을 보장하셨지요. 하지만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은 우리를 착취하는 나쁜 주인이 아니시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있다면 모두 오직 우리를 위해서입니다.

신앙인은 자기 믿음 때문에 구원받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기 믿음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은총을 입은 것을 감사하는 이들입니다. 오늘 하루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봉헌하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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