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1주간 월요일(다해)
제 1독서 : 필리피 2,1~4
복 음 : 루 카 14,12~14
제 목 :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입니다.
과거에 한 고위관리가 한 항구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마침 항구에는 큰 배 한척이 정박해 있었는데, 배위에는 발에 쇠고랑이 채워진 수많은 죄수들이 앉아있었습니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배가 출항할 때 갑판 밑으로 내려가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젓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공무원이었던 그는 너무나 안쓰러웠던 나머지 죄수들이 타고 있던 배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식사는 잘 나오는지? 잠은 어디서 자는지? 이것 저 것 물어봤습니다. 그리고 죄수 한명 한명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물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죄수들의 대답은 한결같았습니다.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희생양입니다.” “저는 누명을 쓰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판관을 잘못 만나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큰 죄인입니다. 남의 재산을 훔쳐 선량한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저는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벌을 받아 마땅한 죄인입니다.”
고위관리는 그 특별한 죄인에게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둘러서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다들 무죄한 사람들만 있는데, 딱 한 사람 죄 많은 사람이 있군요. 이 죄인이 여기에 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하면서 그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 자유의 몸입니다. 이제 다시는 죄짓지 마십시오.”
요즘 우리 사회 현실과 너무나 흡사한 광경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참으로 많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참혹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잘못에 용서를 청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쿨’하게 “제가 죄인입니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다들 억울하답니다. 다들 나는 관련 없는 사람이랍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지(無知)는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자신이 얼마나 나약하고 하찮은 존재인지를 모르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신앙생활 안에서 겸손의 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십니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필리피서 2자 3절)
오늘 하루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죄 없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나보다 더 큰 죄인이 없다.’며 겸손하게 고백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느님께서는 새 삶의 지평을 활짝 열어주실 것입니다. 참된 회개와 새 생명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실 것입니다.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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