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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0일 그리스도왕 대축일(다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6-11-20 조회수 : 345

그리스도 왕 대축일(다해)

 

1독서 : 2사무 5,1~3

2독서 : 콜로 1,12~20

복 음 : 루카 23.35-43

 

그리스 신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이 인간들은 어떤 기도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바구니를 가진 두 천사를 땅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한 천사는 바구니에 인간들이 소원을 비는 기도를 가득 채우라는 분부를 받았고, 다른 한 천사는 인간들이 감사를 드리는 기도를 가득 채우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얼마 후 두 천사는 신의 나라로 되돌아왔습니다. 한 천사는 기쁜 얼굴로 소원을 비는 기도의 바구니를 꽉꽉 채워왔지만, 다른 한 천사는 감사하는 기도의 바구니에는 아무것도 채우지 못한 채 슬프고 무거운 얼굴로 돌아왔습니다. 행복해지느냐 불행해지느냐, 그것은 바로 자신이 행복하다고 마음먹느냐, 불행하다고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두 가지로 생각해 봅니다. 첫째가 종교인이고 둘째가 신앙인입니다. 거의 많은 이들이 신앙인이 아니라 종교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종교인과 신앙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신앙생활을 한 햇수나 무슨 일을 하든지 그것은 상관이 없습니다. 세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차이가 감사입니다. 종교인은 감사할 일이 생겨도 고마워하지 않고 늘 투덜대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의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아직 고마워할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미리 고마워할 줄 압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고마움으로 싸여 있지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 환자가 종교인입니다. 내 입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면 그는 신앙인이고 늘 투덜대는 말이 나오는 사람은 종교인입니다. 둘째 차이가 교만입니다. 종교인은 자신이 교만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는 늘 눈금도 맞지 않는 잣대를 가지고 이웃을 잽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자기가 늘 교만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고치려고 하느님께 간절히 은혜를 청합니다. 셋째 차이가 영적인 열매입니다. 신앙인은 반드시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종교인들은 많이 듣고 많이 배워도 열매를 맺을 줄 모릅니다. 하느님 고마운 줄 모르고 자기의 교만함을 인정할 줄 모르고 열매를 맺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보다 자신의 능력을 앞세우는 우상숭배에 빠져 있는 사람입니다. 짜릿한 인생역전극을 보고 들을 때마다 우리 자신의 인생을 깊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오래 동안 남에게 잘못한 일만 남아서 마지막으로 벌을 받던 사람이 오늘 복음에서 막판뒤집기를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오른쪽에 있던 강도였습니다. 그는 너무나 죄스러웠고 송구스러워, 차마 그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지만 용기를 내어 예수님께 아룁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는 형 중에 가장 극형으로 손꼽히는 십자가형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녔을 것입니다. 이런 그였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막판에 용기를 냈기에, 늦었지만 예수님 안에 깃든 하느님의 신성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명확히 신앙을 고백했기에 이런 정말 놀라운 상급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누구라도 종교인이 아니라 진심으로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마움을 한 순간이라고 잊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고 사는 신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우리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다시 생각하십시오. 끝까지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느님, 마지막 순간까지 문을 열어놓고 계시는 인자하신 아버지, 그분의 사랑 앞에 감격할 뿐입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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