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4주간 수요일(가해)
제목 : 고착된 신념에서 믿음으로
우리는 살면서 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시련과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죄 때문에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시련을 허락하시어 우리 마음과 생각을 열어주시고 고착된 신념을 깨뜨려주시기도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나자렛에 있는 회당에서 가르치시자 고향 사람들은 그분의 지혜와 행하신 기적에 대해 놀라면서도 못마땅하게 여깁니다(마르 6,2-3).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불신에 개탄하시며, 그곳에서 "몇몇 사람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주시는 것 밖에는 아무런 기적도 일으키실 수 없었습니다."(6,5)
왜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치유 외에 다른 기적을 베푸실 수 없었을까요? 그것은 불신 때문이었습니다. 불신은 교만과 그릇되고 고착된 신념의 결과입니다. 신념고착은 자기 신념에 집착하여 충분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을 나쁘게 보고 차별하고 비방하며 반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신념고착의 예가 편견과 고정관념입니다.
편견은 불공정하게 한쪽으로 치우친 태도를 말합니다. 고정관념은 직접 경험하거나 성찰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 또는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고착된 사고방식을 말하지요. 신념과 편견 및 고정관념은 모두 태도나 생각을 경직시켜 불신의 원인이 됩니다.
오늘 복음의 나자렛 사람들이 그런 그릇된 신념고착에 빠져 불신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렸고, 결국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권능마저 막아버렸습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은 교만과 아집과 독선의 늪에 빠뜨려 불신을 부르고 인생을 망쳐버리게 됩니다. 신념이 아닌 믿음 안에 머물러야 하느님께서 일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믿음은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으로부터, 신념은 자신과 지적 정서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하느님의 힘과 진리에 의존하나 신념은 자신의 힘과 경험과 지식을 신뢰하지요. 믿음은 영원하고 무한한 생명력이 있으나 신념은 유한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늘 생명을 주는 믿음 안에서 눈을 뜨고 말씀에 순응하며 하느님을 바라보고 이웃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오늘도 신념고착에 빠지지 않도록 모두에게 열린 진리의 말씀과 영원한 생명이신 하느님께 의탁해야겠습니다. 나의 경험과 지식이 아니라 주님의 영으로 순수하게, 그리고 사랑으로 ‘있는 그대로의 타자’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순수한 믿음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구원과 사랑의 작업장’을 마련해드리는 우리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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