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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일 주님봉헌 축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02-02 조회수 : 273

주님 봉헌 축일(가해)

 

형제자매가 서로 상대방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우애라고 말하고,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부부애라고 말합니다. 모두가 쉽게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그분의 뜻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래서 초기 신앙인들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렀습니다. 하느님의 생명을 사셨다는 말입니다. 예수님이 실천하신 병 고침과 용서는 하느님의 생명이 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에게 봉헌된 사람들입니다. 세례에서 끊어버릴 것과 믿을 것을 약속하면서 하느님에게 봉헌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시선이 우리 위에 내려오도록 하면서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불렀습니다. 그분의 생명을 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숨결이신 성령이 우리 위에 내려오셨다는 사실도 우리는 믿었습니다. 현세적인 우리 욕심의 시선을 접고 하느님의 숨결을 존중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봉헌 생활은 수도자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모든 신앙인은 세례에서 봉헌되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숨결로 새롭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는 신앙인들입니다.

 

세례를 받은 신앙인은 자기와 자기 주변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세상의 한 생명체로서 누릴 수 있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과 주변을 보면서 그분의 숨결이 이 세상에 살아있게 노력합니다. 하느님은 당신 스스로를 비우고 베풀고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봉헌된 사람이면, 우리도 그 하느님의 일을 실천합니다.

우리 자신만 보는 시선과 우리 자신만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거두고 하느님의 시선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서 그분과 같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높이기보다는 비우고, 많은 것을 가지기보다는 베풀고, 이웃을 미워하고 무관심하기보다는 사랑하는 새로운 마음을 찾습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교회의 오랜 관례에 따라서 앞으로 일년 동안 사용할 초를 오늘 축복하여 성당과 각 가정에 비치합니다. 하느님에게 봉헌된 우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촛불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당 전례 때나 가정에서 함께 기도할 때 즐겨 촛불을 밝힙니다.

 

우리가 세례에서 봉헌되었다는 사실은 세상에 하나의 빛으로 남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비우고, 베풀고, 사랑하는 우리의 노력은 연약하지만, 확실한 하느님의 빛으로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표현하는 촛불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빛입니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 하느님의 일이 나타나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신앙은 세상을 버리고 하느님을 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삽니다.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여 세상에 작고 약한 빛 하나를 세상 안에서 밝히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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