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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5일 연중 제 5주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02-05 조회수 : 278

연중 제 5주일(가해)

 

복음 : 마태 5,13-16

 

신부님, 처음엔 몰랐는데 천주교 신자라는 것이 참 부담스러운 때가 많네요. 세례를 받을 때에는 나도 신자가 되었구나 싶어서 기쁘고, 여기 저기서 칭찬해 주고 축하해 주니까 좋기만 했는데, 점점 현실에서 천주교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할수록 부담스럽기 시작해졌습니다. …… 교회에서 배운 대로 잘 하면 좋을 텐데 잘 못하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점점 죄를 지은 것만 같아 슬슬 부담스러워 성당에까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성당에 나와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신부님!”

 

7년 전에 어느 교우에게서 들었던 하소연입니다. 아마도 우리들 역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열심과 냉담의 차이는, 우리 안에 주님께서 생생히 살아계시는 것과 외면당하고 무시당하는 것의 차이는 부담스러워 용서를 청하고 매달리며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부담스러워 피하고 포기하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천주교 신자로서 사회에서 모범을 보이고, 다른 사람보다 더 정직하고 더 착하고 더 많이 양보하고 남모르게 다른 사람을 대신해서 희생까지 하기는커녕, 오늘 나의 현실은 그야말로 내 코가 석자요, 내 가정, 나 한 몸 추스르기조차 힘겨워하는 우리에게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마태 5,13-15)

그러기에 가끔은 마음 속으로 적당히 살자!’ ‘남하고 비슷해야지, 나만 그렇게 튀면 안 된다.’ 등등 자신의 부족을 합리화 하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적당히 넘기고 피해가고 싶습니다. 실제로 따지고 보면, 우리가 몇 %, 어느 정도로 예수님을 따르고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지, 실제로 전혀 안 지키고 안 따르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또 지금 당장 못 지킨다고 하더라도, ‘왜 자신이 못 지켰는지?’, ‘어떻게 하면 지킬 수 있을지잘 고민하고 되새기고 있다가, 다음에 또 기회가 왔을 때 지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더욱 더 부담스러운 것은 그렇게 부족하고 부당한 나를 주님께서는 주님 복음 선포 사업의 도구로 쓰시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매 순간 내가 겪게 되는 사건과 상황 속에서 주님께서 내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것인지 제 때에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고, 어렴풋이 알아들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넘어간 다음, 한 참 후에 되새길 때가 돼서야 제대로 알아 듣고 후회하는 어리석고 부족하고 나약한 나를 부르시니 오히려 이는 부담이 아니라 선택이자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16)

 

우리 생명이 우리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의 신앙생활은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우리의 인간적인 지혜와 힘으로는 이룰 수 없지만,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시는 성령의 힘으로 우리는 우리가 받은 소명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한 주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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