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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5일 사순 제 1주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03-06 조회수 : 279

사순 제 1주일(가해)

 

악마들이 월례회의를 열었습니다. 먼저 우두머리가 개회사를 했습니다.

“3월은 인간들이 마음을 가다듬는 때여서 우리들의 영업실적이 저조하기 쉬운 달이다. 새 직장이다, 새 학교다 해서 인간들이 저마다 새 마음을 강조하는데 대책이 있어야 한다.”

부패부장이 일어서서 말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근래에 들어서 특히 물질보다 정신 어쩌고 하는 녀석들이 많아져서 골칫거립니다. 유혹부서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유혹부장이 나섰습니다.

부패부장께도 한마디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아랫사람들의 본이 된다고 하는 윗사람들을 더 좀 푹 썩혀야겠어요. 그래야 우리는 뭔가하면서 아래들이 나설 때 한 그물씩 할 수 있지요.”

 

교육부장이 일어났다.

우리들이 실패한 사례를 연구해보니 인간들의 첫 마음이 가장 문제더군요.

제일 순수하고 굳어요. 그것을 빨리 깨뜨려야 하는데 망각부서의 활동이 더 좀 강화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두머리가 주먹으로 책상을 꽝 쳤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봤어? 노력이 부족한 탓이야. 예전같이 않고 요즘 인간들처럼 헤픈 것들이 어디 있어. 우리가 한참 일할 때에는 도덕이라는 뼈다귀가 센 것이 있어서 힘들었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거저먹기야.”

쾌락부장이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정하십시오. 요즘의 인간들은 맛들이게 해서 망쳐놓을 수 있습니다. 벼슬 맛, 명예 맛, 돈 맛, 정욕 맛

아무튼 한 번 맛보기만 하면 떨어질 줄 모르니까요.”

망각부장이 일어섰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참지 못하는 인간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일을 저지르고 만다니까요.”

우두머리가 여유를 되찾고 회의를 마치도록 했다.

좋아. 서로들 협조해서 평소 목표의 200% 달성이라는 우리의 성과를 이달에도 올리도록!”

 

악마들이 죄를 짓게 하는 방법은 죄를 맛들이게 하는 것입니다. 죄를 한 번 맛보기만 하면 떨어질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유혹을 물리치는 방법도 똑같이 하면 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고쳐나가기 위해 작은 선행 하나에 맛들이면 됩니다.

사순절을 수없이 보내지만 변화되지 않고 매번 그 생활이 반복되는 것도 욕심 때문입니다. 이번만큼은 모든 것을 고쳐야겠다는 욕심을 버리시기를 바랍니다. 대신 이번 사순절 기간 동안 작은 버릇 하나만 고치도록 노력하시기를 바랍니다.

 

성당에 매번 5분씩 늦게 온다면 고것 하나, 고해 성사를 받은 지 너무 오래되어 고민한다면 고것 하나, 주일 미사를 밥 먹듯이 빠진다면 고것 하나, 술 때문에 가정에 불화를 많이 주었다면 고것 하나, 신경질을 쉽게 부리고 화를 잘 낸다면 고것 하나, 남의 물건에 대한 욕심을 많이 가졌다면 고것 하나.

우리를 더욱 망가지게 하는 것은 한꺼번에잘하려는 것입니다. 악마는 순식간에 일을 저지르게 하여 실패하게 하고, 좌절해서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는 우리들입니다. 첫 마음이 중요하지요. 나쁜 버릇 한 가지만 고치도록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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