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 1주간 월요일(가해)
제목 : 양과 염소의 차이
오늘 독서 레위기의 말씀에서 우리는 세상의 적나라한 현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도둑질해서는 안된다”, “동족끼리 사기해서는 안된다”, “이웃을 억눌러서는 안 된다”, “품팔이꾼의 품삯을 다음 날 아침까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귀먹은 이에게 악담해서는 안 된다”, “눈먼 이 앞에 장애물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재판할 때 가난한 이라고 두둔해서도 안 되고, 세력 있는 이라고 우대해서도 안 된다”,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앙갚음하거나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이상 전부 뭐뭐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전부 다 우리가 매일 신문에서 보는 내용들입니다. 이게 세상 사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불의가 판을 치는 세상에 과연 정의를 세우는 일이 가능할까, 이런 질문을 할라치면, 마음속에서 어떤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을 휘둘러야 권력도 생기고 내 뜻대로 사람들이 움직여주고, 마침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누군가가 속삭입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미움이 아니라 사랑을 하라, 폭력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라고 호소하는 목소리입니다. 사랑하라 그러면 네 주위의 세상이 변화될 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레위 19,18) 오늘 주님의 사순 메시지입니다.
사랑이냐 미움이냐에 따라 우리는 최후에 심판을 받게 됩니다. 오늘 복음이 묘사한 대로 사랑을 선택하고 살았으면 우리는 양으로 분류되어 주님 오른쪽에 설 것이고, 미움에 이끌려 살았으면 염소로 분류되어 주님 왼쪽에 설 것입니다. 그런데 양과 염소의 근본적인 차이를 아십니까? 둘 다 한 목자 아래 있지만, 울타리 밖으로 나오면 행동이 달라집니다. 양은 여전히 목자 곁에 남아서 목자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다니며 풀을 뜯지만, 염소는 각자 알아서 뿔뿔이 흩어집니다. 염소는 목자가 인도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먹을 풀을 찾아냅니다. 험한 계곡이든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이든 기가 막히게 기어오르면서 풀이든 나뭇잎이든 잘도 찾아내어 뜯어 먹습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그래서 양이 아니라 염소가 되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그런데 최후의 심판에 서면, 양은 자신이 축복 받은 자리에 서 있고, 염소는 저주 받은 편에 속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염소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요? 염소에게는 목자가 필요 없었던 겁니다. 교회 울타리 안에서는 주님을 목자로 섬기며 살았지만, 전쟁터 같은 울타리 밖에서는 주님보다 자신의 힘에 의지하고 세상의 방식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 양이라면 파아란 풀밭에 이 몸 뉘여주시고, 고이 쉬라 물터로 나를 끌어주시는 주님과 늘 함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오늘 염소라면 죽음의 그늘진 골짜기에서 가파른 절벽을 타며 혼자서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을 겁니다. 양이 될 것이냐 염소가 될 것이냐, 날마다 오늘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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