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 3주간 화요일(가해)
어릴 때 어머니에게 용돈을 달라하면 늘 듣는 말이 있었습니다. '땅을 석자 파 봐라 거기에 돈이 나오나?'... 맞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파도 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돌 밖에 나오지 않지요. 절약해서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당부의 뜻이 담긴 말씀입니다.
그러나, 만약 석자를 판 땅에 어떤 생명이 있는 씨앗을 넣고 흙을 덮고 물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연은 사람을 속이지 않습니다. 분명 씨앗이 심겨진 땅은 씨앗을 심은 사람의 정성에 응답할 것입니다. 풍요로움을 안겨 줄 것입니다.
요즈음 여기 저기에서 주말농장이라 하여 텃밭을 빌려서 온 가족이 함께 삽과 호미를 들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흙에서 나오는 땀과 자연이 주는 부드러움을 만끽하며 자녀들이 올곧게 자라기를 부모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잠시라도 조금이라도 대자연의 품을 느끼고 커다란 마음으로 자라나 사회의 유익한 일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편으로, 비록 가진 것도 시간도 별로 여유가 없지만, 그래도 이웃의 속사정에 대해 관심을 기우려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고령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져 가고 있습니다.
내 이웃의 삶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웃을 위해 흘리는 땀은 생명을 나누는 땀입니다. 자신을 내어주는 삶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요한 6,35).
여러분은 대형 마트에서 때깔 좋은 과일이나 야채를 사서 먹어 보았는지요? 그리고 자신이 손수 또는 이웃의 누군가가 텃밭을 일궈 나온 볼품 없는 야채나 과일도 먹어 보았습니까? 둘 중 어느 것이 나를 기분 좋게 합디까? 비록 찌들고 수분도 적고 맛도 떨어지는 것 같으나 그래도 텃밭에서 나온 것이 더욱 자연적이라 내 마음이 편안해지지요. 더더구나 보람도 있고요.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준다."(요한 6,33). "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요한 6,35). 예수님은 당신 자신이 바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보십시다. 당신이 빵으로서 우리에게 오시기 위해 얼마나 처절한 고통의 순간들을 거쳐왔는지요? 예수님의 수난은 바로 우리의 빵이 되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한 하느님의 뜻이었습니다.
한 씨앗을 심으면 그 씨앗은 땅속에서 씨앗으로의 틀을 깨고 또 흙을 밀어 올리고 솟아납니다. 이중의 어둠을 뚫고 자란 식물은 풍성한 수확을 기쁨으로 우리들에게 안겨줍니다. 여기에는 씨앗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영원한 생명이시라는 믿음만이 생명의 빵을 먹을 수 있게 합니다. 그분은 우리를 결코 배고프지 않고 목마르지 않게 하실 것입니다. 그분이 주시는 열매는 영원한 단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을 위해 흘린 땀은 그 이웃의 빵이 되어주고 생명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그 이웃의 고통은 또한 나에게 빵이 되어주고 생명이 되어 줍니다. 생명의 빵인 예수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우리의 연결고리라는 것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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