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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7일 부활 제 4주일(성소주일) 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05-07 조회수 : 314

부활 제 4주일(성소주일) 가해

 

제목 : 성소주일은 청소주일?

 

찬미 예수님!

오늘은 부활 제 4주일로 성소주일입니다. 많은 사제, 수도 성소자들을 위하여 특별히 기억하고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성소(부르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는 오늘 제가 신학생 시절에 겪었던 성소주일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 드릴까 합니다.

보통 우리 신학생들 사이에서 농담 삼아 성소주일청소주일이라고 부릅니다. 일 년에 단 하루 신학교 전체를 개방하는 성소주일,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신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때문입니다. 신학생들에게 청소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성소주일을 맞아 대대적인 청소를 하게 됩니다. 황금같은 주일 외출을 반납하고 여러 가지 성소주일 행사를 하고, 본당에서 찾아온 귀한 손님들을 맞고, 신학교 개방시간이 끝나고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면 신학생들을 반갑게 기다리는 것은 곳곳에 쌓여진 산더미 같은 쓰레기입니다. 이제 작업복 차림의 신학생들은 노련한 몸놀림으로 감쪽같이 쓰레기를 치워버리죠. 어찌 보면 신학생들의 생일날이라고 할 수 있는 성소주일, 청소로 시작해서 청소로 끝난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된 말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외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청소하는 것도 중요한 것입니다. 신학생들을 사랑하기에 바쁜 시간을 내어 신학교를 방문하는 신자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신학생들이 청소하는 것은 신학교 곳곳 지저분한 곳만이 아닙니다. 만약 이것 때문에 청소주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문제이지요. 정작 신학생들이 성소주일청소주일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다른 데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청소를 하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뒷정리를 다 마치고 나면, 이제 조용히 자신을 돌아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대해서, 주님께서 맡겨주실 자신의 길에 대해서 조용히 성찰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자신 안에 쌓여진 인간적인 쓰레기들을 치워내고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쌓여진 쓰레기들을 치워야만 합니다. 이기심, 탐욕, 집착으로 얼룩진 더러운 영혼은 결코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청소하면서 신학생들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떠올립니다. 신학생들의 삶의 목적이 바로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대충 대충 살아가는 사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착한 목자가 되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사제가 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소주일은 사제 성소자나 수도 성소자만의 날이 아니라,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우리 모두의 날입니다. 그러기에 구체적으로 걷는 길이 어떠한 것이든 모든 신앙인은 특별히 성소주일에 자신을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먼저 자신의 내면을 깨끗이 치워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소주일은 모든 신앙인에게 청소주일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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