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대축일(가해)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입니다. 성모승천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다시 태어난 우리가 장차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성모님을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날입니다. 교리상 성모승천은 마리아가 죽고 묻힌 다음 그 무덤에 있는 육신이 부패하지 않고 하늘로 올라간 것을 말합니다. 신앙적으로 성모승천은 하느님의 철저한 사랑을 드러내 보이는 사건입니다. 우리의 궁금증은 성모님이 어찌 하늘로 올라간 것인가? 무덤에 있는 육신은 부패하지 않았던가에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이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시니, 우리는 그 일에 대해 이성적 잣대로만 견줘서 납득을 할 그런 추구방법에서 벗어나 신앙의 잣대에서 이 성모승천 사건을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가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 지우개는 언제 요긴하게 쓰이는지 아시지요?
틀린 글씨를 다시 쓰고 싶으면 언제나 요긴했던 지우개, 초등학생 때는 연필을 사용해서 지우개가 필통 안에 늘 있었는데, 중학생 때부터는 연필보다 볼펜을 주로 사용 하였습니다. 중학생 이상부터는 필기를 하는데 틀려서는 안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어떤지 모르겠지만 연필보다 볼펜을 많이 사용하고 확실히 필기에는 더 편리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연필을 따라다녔던 지우개의 효용가치는 점점 떨어졌습니다. 인생의 지우개, 인생에서 지우개는 효용가치를 점점 더 높입니다. 지우고 싶은 인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엘리사벳의 집을 방문하여 문안인사를 받은 장면을 얘기해주었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당신의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의 인사에 마리아는 마니피캇이라는 성모의 노래를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 보셨기 때문입니다. 엘리사벳은 구세주가 동생의 태에서 지금 머물고 있으니 얼마나 기쁘고 마음은 점점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지 않겠습니까?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이 밀려 올 건데, 이러한 엘리사벳의 기운에 성모님의 그 기쁨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남들이 우러러보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성모님의 기쁨은 태속에 있는 아기로 말미암아 오며, 비천한 이를 굽어 보셨기 때문에 오는 거라 합니다.
성모승천대축일은 성모님이 주님으로부터 하늘로 올라가심을 묵상하는 날입니다. 성모님 자신 스스로 올라간 게 아니라 그분으로 말미암아 올라간 날입니다. 명예는 스스로 드높아지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이들은 유심히 보면 분명 뭔가 그 사람 안에 숨겨진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높아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높이 띄우는 데에 있습니다. 겸손으로 무장하고 친절로 상대방을 대하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돈, 위계, 뛰어난 재능과 학식으로 존경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혹시 그걸 가지고서 존경하는 이들이 있거나 주위 사람이 많다면 많이 가진 돈과 위계, 재능, 학식을 이용해 먹으려고 옆에 있는 겁니다. 마니피캇에 나온 것처럼 약한 이들에게 한없이 약한 이가 곧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누구나 약한 존재가 될 가망성은 점점 커지니 그렇습니다.
성인이 되기 전 어린 시절 아들의 눈에 보이는 엄마는 한 없이 약한 존재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엄마만큼 강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들도 엄마도 세월이 흘려 나이가 들었을 뿐입니다. 인성이 달라지고 성격이 바뀐 것도 아닙니다. 어린 시절 보였던 엄마는 제 눈에 약했지만 이미 그때부터 강한 존재자였습니다. 약한 이들을 보살피고, 강한 이들로부터 약한 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그러한 기본적인 마음이 깔려 있었던 거였습니다. 쓱쓱 지우고 싶은 인생의 과오가 많아질수록 엄마의 따뜻함은 더 절절히 내 맘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약해져 가는 이러한 마음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성모님 하늘로 올라가신 날, 우리들의 그런 약함을 어루만지고 우리를 지켜주시리라는 믿음 속에 오늘도 어머니의 따뜻한 품속에서 행복을 누리기시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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