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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2일 연중 제 32주일(가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11-27 조회수 : 355

연중 제 32주일(가해)

 

복음 : 마태 25, 1-13.

오늘 열 처녀의 이야기에서 보면, 하느님은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하는 분이십니다. 잔치는구약성서(이사 25, 6)신약성서(루가 22, 30)가 하느님의 나라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잔치는 베푸는 사람이 있어서 열리고, 초대받아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기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이 베푸셔서 있고,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그렇다면마태오복음서가 말하는 슬기로움은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느님의 일을 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실천하다가, 유대교 지도자들로부터 배척당하여,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의 병을 고쳤다, 혹은 마귀를 쫓았다는 말은 모두 하느님의 선하심을 실천하였다는 말입니다. ‘이웃을 사랑하라’, ‘원수까지 사랑하라’, ‘달라는 사람에게 거저 주어라’, 이런 예수님의 말씀들은 하느님의 선하심을 우리도 실천하여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 삶의 공간에는 하늘과 땅이 있고,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대도시 고층건물들의 숲 속에서, 아스팔트를 밟으며, 경쟁의 대상으로만 보이는 사람들과 더불어 삽니다. 우리는 하늘도 우러러 보지 않고, 땅도 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웃도 함께 사는 동료이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데에 장애물이거나 경쟁자로 보일 때가 더 많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야 하고, 내가 더 잘 살아야 합니다. 도로(道路)에서는 내가 장애물 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밖에 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현대의 어느 작가는 남은 지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늘도 땅도 보지 못하는 우리에게, 이웃은 욕심, 경쟁심, 미움, 다툼 등 우리를 지옥과 같이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으로만 보인다는 말입니다.

하늘을 우러러하는 자기반성이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땅도 공해(公害)로 죽어가고, 사람도 땅과 함께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염된 공기와 물을 마시고,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서, 우리는 이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웃은 우리 불행의 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세상은 하늘도 두렵지 않고, 땅도 소중하지 않으며, 이웃도 돌보아 주고, 가엾이 여길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신앙인은 하느님을 우러러 땅과 사람을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슬기로운 길입니다. 신앙인은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선하심을 가슴속에 새기고, 그 선하심을 동기로 세상과 이웃을 봅니다. 하느님이 선하시기에 선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웃에게 기쁨도 주고, 즐거움도 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오늘 열 처녀에 대한 비유이야기는 기름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말합니다. 선하신 하느님의 일을 실천하지 않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와 같이 불행하다고 말합니다. 잔치를 비유의 주제로 삼은 것은 하느님, 당신 생각에 그저 기쁘고 즐겁습니다,’라는 시편(9, 1) 말씀을 깨닫게 하고자 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 하느님과 함께 사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자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삶이라는 잔치를 베푸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우러러 세상과 이웃을 보고,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기쁨을 확산시키는 데에 하느님의 뜻이 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자녀가 이 세상에서 할 일이고, 죽음의 휘장을 넘어서도 하느님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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