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24일 대림 제 4주일(나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7-12-26 조회수 : 480

대림 제 4주일(나해)

 

제목 : 살아 있는 구유

 

어느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방을 써서 나라의 곳곳에다 붙였는데 그 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섣달은 별이 내리는 달이다. 각자가 별을 받을 구유를 하나씩 지어와시 심사를 받도록 하여라. 살아있는 구유로 판정이 내려진 사람에게는 상을 주겠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유를 만드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서로가 더 나은 구유를 만들기 위해 재료 경쟁이 치열했고 솜씨 또한 볼만 했습니다. 종을 만들 때처럼 주물로 구유를 빚는 부자도 있었고, 대리석으로 구유를 조각하는 예술가도 있었습니다. 어떤 권력가는 몇 백 년 된 향나무를 도벌해서 구유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치장 붐까지 일어나서 구유에 금도금을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 넣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쪽에 비단을 대어서 우아하게들 꾸몄습니다.

 

심사일이 다가오자 응모자들은 모두 들떠서 술렁거렸습니다. 전시장에다 각자가 만들어 온 구유를 내다놓고 가슴을 조였습니다. 왕이 몸소 전시장에 와서 구유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왕의 심사방법이 아주 특이했습니다. 가슴속에서 빛나는 별을 꺼내어 구유에 살며시 놓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왕은 주물로 빚고 금도금을 한 구유 속에다가 별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별은 이내 굳어져 쇠 인형으로 변하였습니다. 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음에는 대리석 앞으로 갔습니다. 별을 꺼내어서 대리석구유속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별은 돌 인형으로 변하였습니다. 왕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향나무로 구유를 만든 권력자의 가슴이 부풀었습니다. 이제 자기의 구유에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왕이 가까이 오자 그의 호흡은 심하게 거칠어졌습니다. 왕이 자기의 향나무 구유에다 별을 놓을 때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습니다. 별은 향나무 구유에서 볼품없는 인형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나무인형이라는 것일 뿐.

별이 변하기는 어느 구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쇠로 빚은 구유에서는 쇠 인형으로, 돌로 만든 구유에서는 돌 인형으로, 그리고 나무로 남든 구유에서는 나무인형으로 뻣뻣해지곤 했습니다. 궁으로 돌아가려던 왕은 문득 군중 틈에서 멈칫거리는 한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왕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이리 나오너라.”

 

소녀는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사는 넝마주이였습니다. 소녀는 날마다 쓰레기더미에서 차마 버리기 아까운 헌 나무를 주워 잇대어서 만든 구유, 조각 천을 이어서 바닥에 깐 작은 구유를 안고 있었습니다. 왕은 넝마주이 소녀의 그 가난한 구유 속에 별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별이 숨을 쉬면서 거룩한 아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왕은 기쁨이 넘쳐서 말했습니다.

이리들 오라. 이 가난한 소녀의 구유에서 기적이 태어났다. 구유의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유의 마음이 중요하다. 형식의 구유에서는 인형으로 있는 별도 정갈한 마음의 구유에서는 거룩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 태어남이 진짜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소녀에게 오셨습니다. 마리아가 말하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그 고백으로 우리 주님께서 세상에 오셨습니다. 성탄이 다가옵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구유를 만들 것인지를 묵상하셨으면 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