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한 어린이들의 순교 축일(나해)
완벽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완벽한 일처리로 인해서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그였지요. 하지만 그 완벽함은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인에게도 완벽을 강조했고 딸에게도 완벽을 강요했습니다. 단 하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들어오면 집 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과 중 하나였지요. 한 군데라도 먼지가 있어서는 안 되며, 물건 하나라도 어지럽게 놓여 있는 것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그의 부인과 어린 딸은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야만 했습니다. 남편의 손에 먼지라도 묻는 날에는 구타와 폭언이 쏟아졌으니까요. 식사 중에 어린 딸이 반찬이라도 흘리면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로 변하였습니다. 아빠는 딸이 새파랗게 질리도록 혼을 냈고, 딸아이는 떨리는 손으로 계속 반찬을 흘리고…….
아빠는 맹수와 같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결국 이 가정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인과 딸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면서 집을 나가고 말았답니다. 완벽한 가정을 꿈꾸었고, 그래서 그 완벽함을 위해서 철저히 부인과 딸을 닦달하였던 남자였지만, 최악의 가정을 만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좋은 환경이란 의미가 있을까요? 사람들은 종종 완전한 환경과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또 아픔도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완벽한 환경과 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보다는 어떠한 환경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과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재산이 있어야 한다고,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야 한다고, 지금보다 더 많은 권력을 지니고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헤로데였습니다. 그는 동방박사를 통해 메시아 탄생 소식을 듣게 되지요. 그래서 그는 새롭게 태어날 메시아를 제거할 생각을 갖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에서의 왕은 자신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동방박사는 그 메시아가 누구인지를 가르쳐주지 않고 꿈에 나타난 천사의 계시를 받아 그냥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지요. 완벽한 단 한 명의 왕이 되고 싶었던 헤로데는 결국 역사에 잊히지 않는 악행을 저지릅니다. 바로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립니다. 스스로의 욕심에서 나온 이러한 완벽함이 과연 그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까요? 갓난아기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다고 그는 행복했을까요?
우리도 완벽함을 추구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이 단순히 나의 만족만을 위한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면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완벽함 속의 불행보다는 부족함 속의 행복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번 주일은 성가정 축일입니다. 모든 것에 있어서 완벽한 가정이 되려고 아등바등 발버둥 치기보다는 조금 부족해도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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