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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018년 1월 1일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나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8-01-31 조회수 : 444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나해)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우리들의 인사처럼 새해 첫날 듣는 하느님의 말씀은 복을 빌어주는 말씀들이다. 첫 독서 민수기는 사제들이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전한다. 구약에서의 축복은 이처럼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하느님의 이름은 너무도 존귀한 것이고, 이름을 부르면 그 대상에 대한 지배권을 가졌다고 간주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라는 하느님 이름을 감히 부르지 못하고, 비밀 암호처럼 아도나이, 주님 등으로 바꾸어서 불렀었다.

 

복음은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는 사실을 전한다. 이제 하느님의 이름은 두려워서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는 비밀 암호가 아니라, '예수'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이름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지닌 한 아기로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셨다. 사제의 말로써 이루어지는 축복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축복이다. 이름과 더불어 그 이름을 지니신 인격이 우리를 위해 태어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게 된 놀라운 사건이다. "주님의 얼굴을 저희에게 비추소서."하는 화답송 시편의 갈망이 채워진다. 하느님의 얼굴인 예수님을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신 데서 더 나아가 "우리 안에" 성령을 보내셨다고 둘째 독서 갈라디아서는 전한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을 통하여 이제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 받는 자녀가 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다. 두려워 발설하지 못하던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사실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 이 축복으로 이제 우리는 종이 아니라 자유인이고,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을 상속받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성부(1독서)와 성자(복음)와 성령(2독서)의 축복이 새해 아침 우리에게 주시는 강복이다.

어떻게 그 복을 받아 누릴 수 있을까? 그 강복을 받는 길을 복음은 이렇게 전한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하느님의 뜻을 살피려는 심정으로 곰곰이 되새길 때, 거기 담긴 축복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의 복은 우연히 주어지는 횡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축복임을 마음에 새기자. 이 축복은 하느님을 받아들이고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 때에 완성된다. 안팎으로 힘든 때다. 이런 때에 혼자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힘든 내 삶을 하느님이 지켜주신다는 믿음을 든든히 하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면 복을 받는 다. 외로울 때, 하느님이 이 외로움 속에 나와 함께 계심을 고백하며 소외된 이들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복을 주신다. 욕심에 눈이 멀 것 같으면 살과 피를 내어주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다시 보고 자신을 비울 때 집착에서 해방되어 자유인으로, 하느님 자녀로 되돌아오는 하느님의 복이 내 안에 가득 찬다. 그저 바빠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모른 채 분주히 뛰어다닐 때, 문득 걸음을 멈추고 내가 길이신 예수님을 따르고 있나 살펴보면 하느님의 복이 다가온다.

 

오늘 대축일에 마리아가 받은 '천주의 모친'이라는 복이 그렇게 내린 복이었다. 천주의 모친 이전에 "주님의 여종"으로 하느님을 마주하고 자신 안에 말씀을 받아들이심으로 복된 분이 되셨다. 그 결과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다. 성모님과 같은 마음을 지닌다면 이제 하느님의 축복은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서 우리 곁에 계시며 우리를 위해 계시고 끝내 우리 안에서 신적 생명을 주시는 축복이 된다.

새해를 시작하며 인생의 모든 여정을 성모마리아의 모성적 전구와 돌보심에 맡기자. 인생길의 모든 위험, 불안, 실패, 실망, 고통을 성모님께 봉헌하자. 우리의 눈물과 걱정, 불안과 고뇌는 어머니의 마음인 자비로운 사랑 안에서 변화될 것이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축복의 마음을 담아 기원하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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