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3주간 목요일(나해)
"등불을 가져다가 됫박 아래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놓지 않느냐?”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등불을 가져다가 됫박 아래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예수님도 알고 계시기에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놓지 않느냐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등불은 그렇게 하지 않지만 그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우리들이 하고 있음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감추어 둔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예수님께서 말하고 싶어 하시는 등불이 과연 무엇일까는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그 같은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반정도는 들을 귀가 있는 듯도 싶습니다.
등불은 빛을 비추어 주위를 환하게 해야 하는 사명을 지닙니다. 그래야 제 몫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그것을 됫박 아래나 침상 밑에 둔다면 그의 어리석음을 떠나 그렇게 한 이유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그 빛을 가진 사람이 그 등불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이 싫거나 자신만 그 빛을 보고자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결국 그 등불은 자신조차 잘 보지 못하는 곳에서 됫박이나 침상에 불을 질러 그가 불을 숨기고 있음이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지려 했던 것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잃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등불을 감추는 것처럼 이렇게 무모한 행동을 할 때는 언제일까요? 또 우리에게 등불과 같은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그것을 이처럼 어리석게 취급하는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이것에 대해서도 다음 이어지는 말 속에서 힌트를 주십니다.
“내 말을 마음에 새겨들어라. 너희가 남에게 달아 두면 달아 주는 만큼 받을 뿐만 아니라 덤까지 얹어 받을 것이다. 누구든지 가진 사람은 더 받을 것이며 가지지 못한 사람은 그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남에게 잘해주는 것, 또 가진 사람이 더 가지게 되고, 못 가진 이는 빼앗기게 되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라는 우리의 가장 흔하고 가장 소중한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랑은 어떤 사람에게나 그 아름다움 때문에 등불처럼 환하게 비춰주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이 좋은 것을 자신만을 위해서 가지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지만 그것은 내가 아닌 모두와 나누기 위함이지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등불을 가리는 사람처럼 우리도 자주 이 사랑을 자신의 소유물인듯 생각하는 경향을 많이 가집니다. 그래서 ‘이기주의’혹은 ‘개인주의’라는 이름 아래 됫박 아래나, 침상 밑에 그 사랑을 묻어 버리려 애를 씁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또 함께 사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이기적인 삶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감추었던 그 조그만 사랑이 드러났을 때 그 초라한 크기에 우리는 좌절하고 부끄럽게 되어 버릴 것입니다.
사랑은 그래서 나누는 사람을 부요하게 만듭니다. 사랑은 하면 할수록 할 사람들이 많아지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래서 사랑을 가진 사람이 사랑을 더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나마 자신 마음 안에 가지고 있던 사랑조차 세상에 드러내지 못한 채 다른 이들의 외면 속에 다른 사람의 몫으로 빼앗겨 버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무능한 자신을 바라보게 됩니다.
등불. 우리에겐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감추려 들지 마십시오. 숨기려고도 하지 마십시오. 그 사랑은 우리에게 올 때 그것은 내가 가지기 위함이 아니라 나와 함께 수많은 이들과의 나눔을 위한 한 과정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사랑해야 하며, 그 사랑의 무한한 확장에 기뻐해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생활임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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