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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018년 2월 11일 연중 제 6주일(나해)

작성자 : 김민호 작성일 : 2018-04-01 조회수 : 294

연중 제 6주일(나해)

 

독서와 복음이 나환자 이야기입니다. 첫 독서는 "악성피부병(나병) 환자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는 율법의 엄격한 격리규정입니다. 나환자에게는 병보다 더 무서운 형벌이 사회로부터 격리였습니다. 누구든 병이 들면 간호를 받아야 하는데, 나병환자는 간호는커녕 격리를 당하고 소외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병환자를 고치시는 복음 말씀은 천형과 같은 소외가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환자는 "예수님께 와서 무릎을 꿇고 도움을 청하였다." 율법의 격리규정을 어기더라도 천형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한 심정에서 주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무릎을 꿇는 행위는 상대방에게 온전히 의탁하는 몸짓입니다. 그런 심정으로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간청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현실을 고백하며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온전히 말기며 받아주시기를 간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가엾은 마음"은 단순히 불쌍한 생각이나 연민의 심정을 넘어서서 나환자의 아픔을 내장에서부터 공감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얼마나 외로웠느냐고, 얼마나 서러웠느냐고 나환자를 받아주십니다.

그런 다음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신다." 성경에서 "만진다는 것""내가 그대를 받아들인다."는 상징적 몸짓입니다. 나환자에게 손을 대심으로써 예수님은 사회적 금기나 종교적 격리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나환자를 한 인간으로 받아들이십니다. 게다가 나병은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됩니다. 그럼에도 예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신다. 나병이 예수님께 전염되듯 인간의 모든 죄악을 주님께서 짊어지시고 죽으실 운명을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가엾은 마음의 공감과 손을 대시는 수용 다음에 예수께서 치유를 선언하시는데, 병이 나으라고 하지 않으시고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라고 명령을 하고 계십니다. 세상을 창조하셨던 말씀께서 "깨끗하게 되어라."하고 새로운 창조를 선언하시는 장면입니다. 그 순간 나병이 가시고 깨끗하게 됩니다. 이어서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라고 이르십니다. 사제와 다른 이들에게 치유를 확인 받는 이유는 곧 공동체 안에 다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입니다. 병의 치유와 더불어 격리로부터도 해방시켜주시는 말씀입니다. 이로써 공동체로부터의 소외와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소외가 함께 극복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라고 이르십니다. 병이 나은 것은 특권으로 여기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퍼뜨리는 마음에는 자신이 이런 큰 은총을 입은 사람이라고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음으로써 그간의 설움과 소외를 보상받으려 합니다. 남들 앞에 더 잘나 보이고, 더 크고, 더 훌륭하게 보이려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 결과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나환자와 예수님의 입장이 바뀌게 됩니다.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었던 나환자는 공동체에 복귀하여 치유를 자랑하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나환자를 격리에서 풀어주신 예수님은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오늘 복음은 나병환자의 치유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지 말하고 있습니다. 나병환자는 깨끗해져서 격리에서 해방되지만 예수님은 나환자처럼 사람들로부터 격리됩니다. 십자가상의 희생이 암시되는 장면입니다. 십자가상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병보다 더한 죄와 한계 속에 이웃과 격리되고 자기로부터도 소외된 인간의 모든 죄를 떠안으시고, 인간 공동체로부터 차단되고 격리 당하십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조건 없이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다시 살아나서 새롭게 살아갈 길을 열어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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