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나해)
제목 : 하얀 재를 바라보며
40일간의 사순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여행을 통하여 예수님의 십자가를 잘 묵상하며 영광의 부활을 잘 준비하도록 노력합시다.
오늘은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째 날로 "재의 수요일"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하얗게 태운 재를 우리 이마에 바르며 사제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 ,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얀 재를 바라보면서 짧은 묵상에 잠겨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두 가지로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그 하나는 태워서 재가 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아무리 뜨거운 불로 태워도 결코 재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태워서 재가 되는 것은 어떤 것들입니까?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적인 것들은 태우면 결국 한 줌의 재가 되고 맙니다. 그냥 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유독가스를 내뿜으면서 재가 되어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서도 결국 한 줌의 재와 같이 덧없이 사라져 버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헛된 욕망이나 의롭지 못한 권력이나 실천 없는 믿음은 결국 한 줌의 재와 같이 사라질 허무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뜨거운 불로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부처님의 사리처럼 태우면 태울수록 더욱 더 영롱한 빛이 나는 보석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것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습니다.
어떤 것들입니까? 맑은 미소, 보상을 바라지 않는 희생과 봉사, 주님을 그리워하는 겸손한 기도, 가난한 이웃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그처럼 영롱한 보석입니다.
사순절의 40일을 어떤 마음으로 지낼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지금 내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것들 중에서, "뜨거운 불로 태워서 재가 되는 것은 무엇이며, 태우면 태울수록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를 선별해 내는 작업을 해 보고 싶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태워서 재가 될 것은 태워 없애고, 아무리 뜨거운 불로 태워도 사라지지 않을 맑고 아름다운 것은 가슴에 품고 이 40일을 지내고 싶은 것입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우리가 흙의 운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몸소 흙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기억하면서 뜻 깊은 사순시기를 함께 보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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