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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7-25 조회수 : 280

지난 월요일부터 전국성지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성지 신부로 살고 있으면서 우리나라의 성지를 모두 가보지 않았음에 늘 부끄러운 마음이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성지가 뭐 다 똑같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꼭 성지순례를 가야만 할까? 지금 이 자리를 성지로 만들기 위해서 더욱 더 노력하면 되지.’라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 부끄러운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휴가를 내서 일주일 동안 성지순례를 다닙니다. 

사실 제게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많은 곳을 다니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성지에서 미사도 하지 않고, 또 성지설명도 듣지 않으니 어제는 무려 14군데의 성지를 다닐 수가 있었습니다. 성당에서 오랫동안 묵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운전할 때에는 손에 묵주를 들고서 계속해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제 나름의 순례를 합니다. 그런데 더워도 너무 덥습니다. 덥고 습해서 그런지 산골에 위치한 성지에서는 벌레들의 공격을, 그늘 없는 성지에서는 햇볕의 뜨거움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성지에서 뵈었던 순례자들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냥 순례도장을 찍으러 온 것은 아닐까 하며 오해를 가진 적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주님께 바치면서 순례를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하면 다른 이들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해보지 않고서는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죽음의 고통을 겪어본 사람은 삶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지를 알게 된다고 하지요. 그러나 죽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별 것 아닌 일 정도로만 여길 뿐입니다.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하늘 나라에서 두 아들이 주님 양 옆에 앉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을 드립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그러자 제자들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정말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음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순간에서 도망쳤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주님께서 마시려는 잔을 마시는 체험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헛된 맹세를 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우리는 쉽게 주님을 따를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러나 고통과 시련이 찾아올 때 불평과 불만으로 주님께 울부짖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제는 내 삶의 모든 것들을 영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입장 그리고 내 이웃의 입장을 헤아리는 넓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때 하늘나라의 영광은 그렇게 멀리에만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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