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7, 14-20(연중 18주 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치유하지 못한 ‘마귀 들린 간질병 환자’의 간청을 들으시고 말씀하십니다.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세대야!”(마태 17, 17)
여기서는 ‘비뚤어졌다’는 말과 ‘믿는다.’는 말이 대조를 이룹니다. 곧 ‘비뚤어졌다’는 것은 타자를 믿으려 하지 않음이요, 그 결과 병을 치유하지 못하는 무능력임을 말해줍니다. 반면에 ‘믿는다.’는 것은 받아들임이요, 그 결과 병을 치유하고 마귀를 쫓는 능력이요, 나아가서는 ‘못할 일은 하나도 없는’ 전능함임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뚤어짐’과 ‘믿음’의 태도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비뚤어졌다’는 것은 <신명기> 32장 5절에서 모세가 말해주듯이, 주님을 향하여 비뚤어졌기에 우상숭배에 빠짐을 말합니다. 곧 주님께 속하기보다 우상을 소유하고 자신이 주인이 되고자 함을 말해줍니다. 곧 자신이 주인이 되기 위해서 타자에 대해 폐쇄적이게 된 것입니다. 반면에 ‘믿는다.’는 것은 자신의 무능과 한계를 인정하기에 전능하신 분을 주님으로 받아들임입니다. 곧 절대타자를 주님으로 모셔 들이기 위해서 개방적이게 된 것입니다.
결국, ‘비뚤어짐’의 태도는 우상, 곧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고자 함이요, 자신의 무능과 한계를 받아들이지 않음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믿음’의 태도는 자신의 무능과 허약을 인정하고 타자이신 주님을 전능하신 분으로 받아들임에서 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무능한 자신 결국 무능한 자신이 될 수밖에 없고, 전능하신 분을 믿으면 전능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마태 17, 19) 하고 묻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 17, 20)
그렇습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이 약한 탓입니다. ‘믿음이 약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주님의 전능하심에 온전히 개방되어 있지 못하고 의혹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아닌, 전능하신 그분에게서 오는 치유의 능력이 흘러들지 못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그들에게는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복음에 바탕을 둔 믿음이 아닌 자기 자신을 믿어버린 까닭이라 헐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무능한 자신을 믿으면 무능해질 것이고, 전능하신 분을 믿으면 전능해질 것입니다. 곧 그분을 믿음이 전능함이요, 불신이 무능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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