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 저의 큰 형님이 일본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선물로 샤프펜슬을 사다 주셨습니다. 당시에는 이 샤프펜슬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연필을 사용했지요. 이 연필도 아끼기 위해 몽땅 연필이 되면 볼펜에 끼워서 사용하기도 했지요. 이런 시대에 깎을 필요가 없는 샤프펜슬은 친구들에게 큰 부러움 꺼리였기에 자랑스럽게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위해 필통을 열었는데 있어야 할 샤프펜슬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책가방 안의 물건들을 다 쏟아서 찾아보고 또 교실 바닥을 살펴봐도 소중한 샤프펜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의 보물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하겠지요.
바로 그 순간 한 친구가 제 샤프펜슬과 똑같은 것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제 샤프펜슬을 훔친 범인이라고 단정을 짓고서 “그 샤프펜슬 네 것 맞아?”라고 따지듯 물었습니다. 이 친구는 “응, 아빠가 사줬는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증거가 없으니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그 친구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고, 점점 미워졌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글쎄 친구가 훔쳤다고 생각했던 샤프펜슬이 제 책상 위에 그대로 올려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맞습니다. 그냥 똑같은 샤프펜슬이었던 것이지, 저의 샤프펜슬을 훔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괜히 의심하고 괜히 친구를 죄인처럼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런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자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 판단의 기준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판단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요? 아닙니다. 오해와 왜곡은 바로 이렇게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나오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어제에 이어서 불행 선언을 하십니다. 이번에도 불행 선언의 주인공은 당시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었던 종교지도자들은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말과 행동을 따르지 않는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십일조도 중요하지만, 율법의 기본 정신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제구의 깨끗함을 강조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깨끗한 마음이라고 하십니다.
율법의 기본 정신은 바로 사랑이었고, 이 사랑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만이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겉만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 속도 깨끗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은 이제 내려놓고 주님의 뜻을 따르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행복은 자신을 내려놓을 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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