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중에 겪었던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어떤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물건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그런데 계산대에서의 계산이 너무 느린 것입니다. 당연히 계산대의 줄도 상당히 길수밖에 없었지요. 조금이라도 빨리 계산할 수 있도록 또한 제 주머니를 무겁게 하는 동전을 처리할 심정으로 동전을 꺼내서 물건 값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소에 쓰지 않던 동전이라 그런지 얼마짜리 동전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더군요. 작은 동전인 센트까지 구분해서 계산하려하니 복잡했고, 오히려 줄을 서 있는 뒷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만 같았습니다.
다시 주머니에 동전을 넣으려는 순간에 바로 뒤에 서 있는 분이 “잠깐만요.”라면서(물론 영어로 말했습니다), 제 물건의 가격을 확인한 뒤에 동전을 맞춰서 골라주는 것입니다. 아마 외국인이 동전 때문에 계산을 힘들어한다는 생각에 도와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나 고마워서 밝게 웃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내 자신이 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꽤 많았음을 깨닫습니다. 굳이 모든 것을 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도움의 손길은 이곳저곳에서 저를 향해 있었습니다. 이는 내 자신 역시 다른 이들을 향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렵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 모습이 주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것만을 들어주실까요? 아닙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어떤 분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주님께서 나인이라는 고을에 가셔서 한 과부의 죽은 외아들을 다시 살려주십니다. 이 어머니가 예수님께 아들을 살려 달라고 청했습니까? 아니지요. 외아들을 잃은 과부의 아픔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놀라운 기적을 행하십니다. 죽은 아들을 다시 살려서 어머니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주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내가 청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필요한 것을 알아서 주시는 주님의 사랑은 보지 않고서, 내가 원하는 것을 주시지 않는다면서 서운함의 표시를 계속 남기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라고 고백합니다. 이 ‘나인’이라는 동네는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 아주 조그마한 동네입니다. 이렇게 조그마한 동네도 제외시키지 않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달하려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기에 우리는 주님께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것을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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