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제 위의 형님과 함께 부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학생이라 재정적인 여유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용산역에서 ‘비둘기호’를 타고서 부산까지 갔습니다. 한 10시간이 걸렸는데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서울에서 KTX(Korea Train Express, 초고속 열차)를 타면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 KTX가 생긴다고 했을 때, ‘손바닥만 한 이 나라에 고속열차가 과연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이 고속열차 덕분에 편하게 부산까지 강의를 하고 그날로 올라올 수도 있더군요. 강의 등의 일로 먼 곳에 가게 될 때 발달한 교통의 혜택을 받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생깁니다.
제가 많이 하는 강의만을 생각해도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교통이 편하다 하더라도 강의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어떨까요? 부족한 강의라도 잘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강의를 할 수 있으니 감사한 일입니다. 또한 강의를 할 때에 사용하는 마이크, 노트북, 프로젝트 등 역시 너무나도 감사한 도구들입니다. 마이크나 노트북, 프로젝트 등은 제가 만들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발명한 도구들로 인해서 편하게 그리고 효과 있는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요?
이렇게 감사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감사의 마음을 자주 잊어버립니다. 마치 제 자신이 모든 것을 다한 것처럼 착각 속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주는 그 많은 것들을 배제했을 때 내 자신은 별 것 아닌 것이 될 수밖에 없는데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감사하지 못합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다른 말로는 추석이라고 하지요.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단지 달구경하는 날입니까? 아닙니다. 모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는 날입니다. 내 자신이 이 자리에 있도록 해주신 조상님들을 기억하면서 감사하는 날이고, 많은 것들을 베풀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날인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드리기보다는 불평과 원망 속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받은 것보다는 받지 않은 것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세상의 관점으로만 생각하기에 많은 것을 갖고, 높은 지위에 올라야만 받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주님의 이 말씀에 깊은 묵상이 필요합니다. 세상의 관점이 아닌 주님의 관점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이때 우리는 매순간 감사하면서 기쁨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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