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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06 조회수 : 363

어렸을 때에는 어른이 되면 무슨 일이든 다 할 것만 같습니다. 엄청난 발명을 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스포츠 선수로 이름을 널리 알릴 수도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어른이 되었을 때에는 어떨까요? 대부분 엄청난 일도, 또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몫도 차지하지 못합니다. 그저 평범한 어른으로 살 뿐입니다. 

저 역시 어렸을 때에 커서 신부님이 되고자 했고, 신부님이 되면 엄청난 일을 하고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후회하면서 자책을 할까요? 아닙니다. 엄청난 일을 하고 세상에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의 삶 안에서 충실한 것이 더 중요함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얼마나 힘든지도 깨닫습니다. 

우리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인 성녀들의 삶을 떠올려보십시오. 처음부터 엄청난 일을 하셨을까?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성인 성녀들의 삶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모두 평범한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평범함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충실하게 사셨기에 엄청난 일이 된 것입니다. 

이는 저 역시도 크게 경험한 것이 있어서 분명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2001년에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묵상 글을 시작한 것은 공부하고 있으면서 영성적으로 메말라 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내 자신의 삶에 조금이라도 충실해보기 위해 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별 것 아닌 묵상 글을 매일매일 18년째 쓰다 보니 별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님께서 감사기도를 바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능력 있고 지혜롭다는 소리를 듣는 똑똑하다는 사람에게가 아닌 철부지 어린이 같은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났음에 감사기도를 바치시는 것입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단순히 철부지 같은 사람에게만 하느님의 영광을 주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했기 때문에 큰 영광을 받을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주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범한 일상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해 나간다면 하느님의 영광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때 기쁨의 감사 기도를 봉헌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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