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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4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14 조회수 : 295

만약 부모가 자신의 자녀들이 아닌 다른 제3자에게 유산을 물려준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아마 부모의 이런 결정에 대해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어떻게 부모로써 자식을 외면할 수 있느냐면서 큰 소리로 부당함을 강조하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부모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부자 노인이 병든 자기 몸을 수년간 정성스럽게 간병해 준 여성에게 재산의 상당 부분을 상속하는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자녀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깜짝 놀랐고, 이런 결정을 한 아버지에게 서운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 긴 병에 정신이 흐려졌거나 마음이 약해서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요. 하지만 상속을 하겠다는 이 부자 노인의 마음은 확고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을 때 함께 했던 이 간병인이 혈육인 자식들보다도 더 소중하고 고마웠다는 것이었지요.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자녀들은 나 몰라라 하며 부모를 거의 찾아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혈육이라는 가까운 관계 역시 아무런 왕래가 없고 철저하게 외면하며 산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남이라 할지라도 서로 간에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혈육보다도 더 감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졌다는 말도 되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사랑해야 할 대상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입니다. 즉, 주님의 뜻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예수님께서는 나병 환자 열 사람을 고쳐주십니다. 사실 나병이라는 병은 끔찍해서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족과 공동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대신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위로하며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 앞에 나타난 예수님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가족까지도 외면하는 상황,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병을 고쳐주셨습니다. 이렇게 주님께서는 모두가 외면하고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철저히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감사를 드린 사람은 딱 한 명의 사마리아 사람뿐이었습니다. 큰 은총을 받았음에도 감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신이 환자였음을 숨기고 싶었던 것입니다. 환자였던 자신을 외면했던 공동체에 또 외면당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을 받아주고 고쳐주셨던 주님을 외면하는 것이지요. 

우리 역시 하느님께 많은 은총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감사의 기도와 또 이에 따른 행동을 하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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