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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12 조회수 : 281

사람들이 혐오하는 동물이 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아마 ‘쥐’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제가 갑곶성지를 개발하기 위해 처음 부임해서 왔을 때에만 해도 쥐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미사를 하고 있는데 쥐가 갑자기 나타나서 아주 난리가 났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이 쥐를 없애기 위해서 참 많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동물도 키우고, 쥐덫도 놓았고, 몽둥이를 들고 쥐를 쫓기도 했습니다. 저를 무는 것도 아니지만 병균을 옮긴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쥐를 박멸하기 위해 노력했었지요. 

1800년대 중반에 베트남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을 때, 하노이에 있던 프랑스의 식민지 사령부에서도 저와 같은 고민에 빠졌었나봅니다. 베트남에 너무 많은 쥐가 있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한 가지 법령을 제정했습니다. 죽은 쥐를 한 마리 잡아서 넘길 때마다 그 대가로 돈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무나 많이 돌아다니는 쥐들을 퇴치하려고 했었지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쥐의 개체수가 훨씬 더 늘어난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은 이제 쥐를 사육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역사 안에서 자주 있었습니다. 1947년 지중해 사해 지역에서 고대 두루마기 문헌이 발견되자 고고학자들은 새로운 양피지를 발견해서 가져올 때마다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사람들은 개수를 늘리기 위해 멀쩡한 양피지를 찢어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뛰어납니다. 그러나 편법이고 옳지 않은 길로 나아갈 때가 많습니다. 순간적인 이익에만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이렇지 않습니다. 진리의 길이고 옳은 길입니다. 그런데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이익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를 보면 순간적인 이익에 몰두했던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십니다. 이 기도에는 결코 우리의 욕심과 이기심을 청하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 보다는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하느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바라는 것을 하느님께 청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기꺼이 주시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무스 성인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어떤 사실을 알려 드리거나 하느님께 가르쳐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청하기 위해, 하느님과 친밀해지기 위해, 겸손해지고 우리의 죄를 깨닫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

지금 내 자신이 바치는 기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묵상해 보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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