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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21 조회수 : 254

처음 갑곶성지에 부임했을 때, ‘갑곶성지에는 아무것도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성당이 없었고 따라서 순례객이 와서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했습니다. 더군다나 성지의 위치도 외곽에 있어서 어두워지면 사람들의 인적이 완전히 끊기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그마한 소리에도 민감해지더군요. 지금은 하지 않는 대남방송도 선명하게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한밤중에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약간 쉰 목소리처럼 들리는 ‘와~~악’하는 소리였습니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 어둠만이 있는 곳에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요.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고라니의 울음 소리였습니다. 

고라니의 모습을 잘 아실 것입니다. 사슴과에 속하는 포유류의 일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라고 하지요. 그 모습은 아주 귀엽습니다. 그러나 그 겉모습과 달리 내는 소리는 듣기에 거북할 정도로 상당히 경망스러운 울음소리였습니다. 하긴 고고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왜가리가 어떻게 우는지 아시지요? ‘왜~~왝’하고 웁니다. 전혀 겉모습을 통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울음소리입니다. 

겉모습과 실제는 이렇게 다릅니다. 하지만 이 겉모습을 보고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판단합니까? 겉모습이 반드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부자 역시 이렇게 겉모습만을 보면서 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자기 집 대문 앞에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는 가난한 이에게 자선을 베풀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 아무런 힘도 없이 비참하게 누워 있는 라자로가 대단해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어떤 이득도 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자는 땅에서 잔치를 즐겼었지만, 라자로는 그 영혼이 아브라함 품에서 쉬며 하늘에서 잔치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라자로에게 물 한 방울, 빵 한 조각 주지 않은 부자가 지금은 제발 물 한 방울만 달라고 애원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 보이는 겉모습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묵상하게 됩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단 한 번도 돈 많이 벌라고, 높은 지위에 오르라고 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늘 나라의 삶에 집중해야 합니다. 분명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의 길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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