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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4-19 조회수 : 272

지금 저는 2대의 컴퓨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데스크톱 컴퓨터로 문서 작업, 사진 작업, 영상 작업 등을 하면서 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강의를 위해 외부로 나갈 때, 그리고 여행을 가서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입니다. 이 둘을 아주 잘 사용하고 있고, 둘 다 제게 있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유용하고 소중한 물건입니다. 그런데 이 소중한 컴퓨터가 10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사용했었던 컴퓨터의 교체주기를 생각하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간 내에 고물 취급을 받아서 버려질 것이 분명합니다. 

처음 접했던 컴퓨터는 1983년의 8비트 컴퓨터로 ‘애플 2’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컴퓨터를 경험하면서 얼마나 놀라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컴퓨터는 역사 안에서 완전히 사라진 골동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이 컴퓨터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면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만큼 요즘의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컴퓨터를 바라보면서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때가 지나고 나면 쓸모없는 것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이때는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요? 컴퓨터가 “나는 이제 만들어진지 오래되었으니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할까요? 아닙니다. 컴퓨터 본인이 아니라, 사용자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로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사용자는 바로 ‘주님’이십니다. 주님이 사용하려는데, “저는 이제 나이가 많습니다. 저는 능력이 없어서 안 됩니다.”라는 말로 스스로 쓸모없다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입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무덤에 묻히신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몸을 취해서 이 땅에 오셨습니다. 단순히 겉으로만 인간이 아니라 완전한 인간이 되셔서 오신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자기 자신 전부를 다 봉헌하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나약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 잔을 거부하셨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고통과 수난, 죽음의 잔을 기꺼이 받아들이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우리 역시 주님의 이 모습을 따라야 합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는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하느님 편에서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이 모범을 주님께서 직접 보여주십니다. 그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죽으셨습니다. 그리고 묻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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