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7. 21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루카 10,38-42 ( 마르타와 마리아를 방문하시다 )
그들이 길을 가다가 예수님께서 어떤 마을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마르타라는 여자가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모셔 들였다. 마르타에게는 마리아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마르타는 갖가지 시중드는 일로 분주하였다. 그래서 예수님께 다가가,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주님께서 마르타에게 대답하셨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 마르타, 마리아, 예수님 >
◇ 마르타 ◇
오늘 따라 예수님께서 너무나 피곤해 보인다. 하기야 당신 몸 돌보지 않고 쉼 없이 사람들을 만나시고 가르치시느라 동분서주하시니 그럴 수밖에 없지. 식사는 제대로 하시는지. 요즘 들어 예수님께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마음고생은 또 어떠하실까. 우리 집에 얼마나 계실지 모르지만, 그동안 드시지 못한 것도 맘껏 드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모처럼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지.
가만, 예수님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더라. 갓 구워낸 빵과 양 구이가 좋겠구나. 아니 손 씻으실 물부터 갖다 드려야 하는데. 기왕이면 식탁도 예쁘게 꾸며야 할 것 같고. 지난번에 깨끗이 빨아 놓은 식탁보가 어디에 있더라. 꽃도 좀 사다 놓을까. 할 일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하네.
마리아가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얘는 예수님께서 쉬시지도 못하게 옆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아, 예수님께서 지난 번 고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시는구나. 나도 듣고 싶은데. 있다가 밥 먹으면서 듣지 뭐. ‘마리아야, 나 좀 도와줘. 예수님께서 시장하시니까, 빨리 음식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니?’ ‘응, 언니.’ 아니, 얘는 대답만 하고 왜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내 편을 들어주시리라 생각했는데.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뭘 잘못했지. 속상하다.
◇ 마리아 ◇
언니가 예수님을 모셔왔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예수님을 뵙다니. 너무 설레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예수님을 만나면 묻고 싶은 것도 많았고, 듣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언제 이 모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아무튼 너무 기쁘다.
역시 우리 언니는 대단하다. 음식이면 음식, 방 정리면 정리, 하여간 못하는 것이 없단 말이야. 그래도 혼자 하기는 벅찰 텐데. 내가 어설프지만 뭐라도 도와야 할 텐데. 근데, 언니랑 내가 이래저래 분주히 일하면 예수님께서 혼자 어색해하지 않으실까? 내가 옆에서 말벗이라도 되 드려야 할 것 같아. 언니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언니는 워낙 뭐든지 혼자서도 잘 하니까, 이해해 주겠지.
‘마리아야, 나 좀 도와줘.’ ‘응, 언니.’ 흔쾌히 대답을 했지만, 예수님께서 한창 흥에 겨워 말씀하시는데,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 ‘언니, 미안해.’ 언니는 나를 이해해주리라 믿어.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언니가 내게 화가 났나 보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기분이 마냥 좋지만 않다. 왠지 언니에게 더 미안하다.
◇ 예수님 ◇
마르타야, 집으로 초대해주시고 환대해 주어서 너무나 고맙구나. 덕분에 편히 쉬면서 그동안의 무리한 일정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단다. 참, 네 동생 마리아 말이야. 참으로 기특하더구나. 내 발치에서 꼼짝 않고 하느님나라며 복음이며 내 이야기를 경청하던지. 물론 네가 내 시중을 드느라 애썼기에 동생이 내 곁에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단다. 이 역시 고맙구나.
“주님, 제 동생이 저 혼자 시중들게 내버려 두는데도 보고만 계십니까? 저를 도우라고 동생에게 일러 주십시오.” 그래, 네 말도 일리는 있지. 하지만 너희 자매가 모두 일한다고 내 곁을 떠나면 나는 누구와 이야기를 할까. 난 네가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단다. “마리아야! 내가 지금 예수님의 시중을 들기 때문에 말씀을 들을 여유가 없구나. 잘 들어 놓았다가 나중에 나에게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 해주겠니. 나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싶구나.”라고 말이야.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내 말에 너무 속상해하지 말렴. 내게는 너희 자매 모두가 소중하고 필요하니까. 네 덕분에 맛난 음식도 실컷 먹고 편히 쉴 수 있었고, 마리아 덕분에 모처럼 세상 사는 이야기 행복하게 나눌 수 있었단다.
◇ 주님의 길을 걸으며 바치는 기도 ◇
착하고 고우신 하느님
정의와 평화의 주님
당신과 함께
당신을 향해 나아가는
여러 길이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향해 나아가는 길에
벗들이 함께 함을 깨닫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벗들의 길과 저의 길이
다를 수 있음을 받아들이게 하소서
벗들에게 주신
벗들이 걷는 당신의 길을
하찮게 여기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으며
저에게 주신
제가 걷는 당신의 길에
기쁨과 열정으로 충실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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