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월 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05 조회수 : 269

작년에 이탈리아 성지순례 중에 바티칸의 시스틴 성당을 순례했습니다. 이 성당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있지요.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다시 봐도 이 거대한 천장화의 웅장함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겼습니다. 

‘미켈란젤로는 화가가 아니라 조각가인데?’

그의 대표작인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피에타상, 피렌체에 있는 ‘다비드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주 종목은 분명히 조각이었습니다. 사실 그는 이 천장화를 그리기가 죽기보다 싫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었던 조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더군다나 천장화를 그리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계속 얼굴을 위로 향한 채 작업을 해야 했기에, 고개도 아픈 것은 당연하고 시력 감퇴까지 가져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거절할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이어도 그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의 작품 완성 시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자그마치 4년간의 작업으로 이 대작을 완성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가스파르, 발타사르, 멜키오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 명의 동방 박사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을 알고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이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이 동방박사들은 먼 곳에서 별을 쫓아서 베들레헴까지 오게 되지요. 지금처럼 교통 사정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하늘에 떠 있는 별의 움직임만을 보고서 길을 떠난다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굳은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여행입니다. 드디어 별이 멈춘 곳에 이르렀지만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사람보다 짐승에게 더 어울리는 어둡고 초라한 마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고, 가기 싫은 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적인 판단을 내려놓고 대신 하느님의 뜻에 집중했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더없이 기뻐하면서 이 땅에 강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 인해서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우리의 삶 안에서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