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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0일 _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1-20 조회수 : 306

2020. 01. 20 연중 제2주간 월요일 
 
마르코 2,18-22 ( 단식 논쟁 - 새것과 헌것 )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단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깁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헌 옷에 기워 댄 새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심으로써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비록 세상의 겉모습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할지라도,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세상이 지닌 의미, 세상이 구현해야 할 가치에 근본적인 변혁이 이루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신 새로움으로 말미암아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은 그 자리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진 것이 없어 무시당하는 사람들, 불의에 억압받는 사람들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존엄하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정녕 희망 가득한 기쁜 소식이었지만, 부와 권력을 생명처럼 받들었던 사람들에게는 절망적인 슬픈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배운 것 없는 어부들을 당신의 첫 제자로 뽑으셨습니다. 이전에 어느 누구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부르심 받은 사람들은 감격에 겨워 예수님을 따라나섰지만, 학식 있는 고상한 사람들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웃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그들이 온전히 새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사람들과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었던 회개하는 죄인들은 환호했지만, 이들을 배척함으로써 스스로 의롭다 자처하던 사람들은 분노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벌을 받는다고 여겨졌던 병든 이들을 어루만져주시고 이들의 몸과 마음이 새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셨습니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 움츠려 있던 환자들은 새롭게 살맛을 되찾았지만, 이들에게 손가락질했던 겉만 성한 사람들은 당황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일을 하셨습니다. 치유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에 춤을 추었지만, 안식일 법 규정을 고집하며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던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움을 느끼고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낮은 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던 보잘것없는 사람들은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높은 곳에 오르려 다른 이들을 짓밟던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놓았기에 오히려 세상 이치를 모른다는 비웃음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오직 자신의 삶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었던 사람들은 머리를 떨구어야만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돈과 권력에 눈이 멀어 기도하는 집인 하느님의 성전을 더럽히던 이들을 채찍을 들어 흩으셨습니다. 타락한 종교적 관행에 짓눌려 신음하던 사람들이 하느님께 다시금 기쁨의 찬양을 드리게 되었지만, 하느님을 빌미삼아 제 배를 채우던 사람들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예수님을 죽이려 달려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새로운 세상을 여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새로운 세상에로 모든 이를 초대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당신과 함께 새로운 세상에 살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지금까지의 속되고 추한 삶의 방식을 내던지고 새로 태어나라고 말씀하십니다. 
 
거룩함, 사랑, 진리, 정의, 헌신, 평화를 입고 나날이 새로 태어날 때에, 비로소 예수님께서 마련해주신 새로운 세상을 살 수 있습니다. 지나온 나날처럼 거짓과 불의를 일삼고 부와 권력을 탐닉한다며, 예수님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을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삶을 제멋대로 왜곡하고 예수님을 자신의 노예로 삼으려는 불경을 범하게 될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2000년 전이 아닌,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던지는 사랑 가득하면서도 엄중한 충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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