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에서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너무 푹 잤다는 기분에 늦잠 잔 것이 아닐까 하며 시계를 보니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3~4시에 일어나는 저로서는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난 셈입니다. 그래서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할 일은 무엇인가?, 내게 있어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등등을 생각하다가 다시 시계를 들여다보니 겨우 10분이 지났을 뿐이었습니다. 평소 삶의 리듬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하면서 3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이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면서, 우리 삶 전체가 여러 형태의 기다리는 일이 더해져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리고, 미사 할 시간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주님 앞에 나아갈 날을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이 지루하다면서 그냥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 기다릴 수 없다면서 서둘러도 먼저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때까지 반드시 해야 할 그리고 그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주님 앞에 나아가는 순간을 떠올려 봅니다. 솔직히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주님 앞에 서기가 너무나 부끄럽고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기다림의 시간은 절대로 피할 수 없으며 피해서도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날 우리가 주일이라고 하는 주간 첫날 아침 일찍 부활하셨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이긴 날인 주일을 우리는 매번 기념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것을 모르고 무덤에 처음 왔다가 시신이 없어진 사실을 보고서는 제자들에게 달려가서 알립니다. 이에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으로 서둘러 달려갑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마리아를 비롯해서 제자들 모두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듯 ‘아직 곧 어두울 때’라는 말처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흔들리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둔 밤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습니다. 주님을 배반했다는 부끄러움, 주님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절망, 앞으로 주님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걱정 등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기다려야 했습니다.
무덤에 다녀온 마리아의 말을 듣고서 베드로와 요한은 서둘러 달려갑니다. 주님께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기다림 뒤에는 서둘러 주님 앞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주님의 뜻에 맞춰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 앞으로 서둘러 달려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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