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죽자 살자 일만 했던 어느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자신은 늘 일에만 매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모아둔 돈도 있고 시간도 많으니, 여생은 행복하게 가족과 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에 자기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남편, 아버지의 권위는 하나도 없는 것 같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늘 꿈꿔왔던 가족이 함께 모여 거실에서 과일을 먹으며 화목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왜 이렇게 다들 바쁜지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는 시간도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만 많아졌고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결국, 이 형제님은 다시 일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평생 일만 해야 할 팔자라면서 말이지요.
이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퇴직 전까지 가족이 화목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면 저절로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까요? 가난해도 화목하며 서로에 대해 사랑을 주고받는 가정과 부유하지만 서로 불목하며 사는 가정 중에 누가 더 행복할 지는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아실 것입니다.
사랑이 늘 먼저였고, 사랑이 진리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랑은 늘 나중이고, ‘사랑이 밥 먹여주느냐?!’면서 거짓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늘 사랑의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주님께서는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십니다. 우리의 거짓 맹세는 참으로 자주 이루어집니다. 물론 거짓이라고 하기도 뭐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나중에, 봉사도 나중에, 믿음도 나중에, 희생도 나중에……. 늘 언제나 나중입니다. 그러나 그 나중에 오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결국, 나의 맹세는 거짓이 되고 맙니다.
‘네가 맹세한 대로 주님께 해 드려라.’라는 말씀은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사랑임을 분명하게 합니다. ‘나중에’에 포함되는 맹세가 아니라 ‘지금’ 시작되는 맹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중에’ 이루어질 맹세는 우리를 후회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루어지는 맹세는 우리를 행복의 길로 이끌어줍니다.
자신이 하는 사랑의 맹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오늘이 되었으면 합니다. 늘 뒤로 미루는 사랑이 아닌, 지금 실천하는 사랑,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따라 이웃들에게 기쁘게 전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을 때, 하느님 나라가 멀리에 있지 않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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