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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4일 _ 박현창 베드로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6-14 조회수 : 322

“내 안에 너 있다.”(요한 6,51-58)


오천 명이 먹고도 모자람이 없었던 오병이어의 기적(요한 6,1-15 참조) 이후, 제자들은 예수님보다 먼저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배는 예상치 못한 호수 위 돌풍을 만났고,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은 한밤중에 물 위를 걸 어 갈팡질팡하던 제자들과 합류하십니다(요한 6,16- 21). 날이 밝자 군중은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 회 당 근처에서 예수님의 일행을 다시 만납니다.

예수님은 어제와 달리, 허기를 채울 ‘빵’ 대신 그 표징을 깨닫지 못했던 군중에게 ‘생명의 빵’(요한 6,22-59 참조)에 관한 내용의 보충수업을 시작하십니다. 말하자면 오병이어의 기적은 생명의 빵에 관한 ‘선행학습’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군중사 이에서는 ‘누구든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 영원한 생명을 얻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놓고 말 다툼이 벌어집니다. 진리의 몰이해가 불러온 내적 소란스러움일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썩어 없어지고 생명도 오래 연장할 수 없는 세상의 양식에만 전전긍긍하지 말고,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 느님 사랑의 양식’을 얻도록 힘쓰라는 예수님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 생명의 빵, 사랑의 양식이 가져다주는 최종 지향은 이렇습니다.

“내살을먹고내피를마시는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6)

우리의 구원을 위한 예수님의 제안은, 파스카 유언을 통해 드러나듯 ‘하느님 사랑의 유대’ 안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바와 다르지 않습니다(요한 14-15장, 특히 14,20 참조). 예수님의 입장에서 단지 우리의 필요사항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유익한 가르침을 전해주는 것만으로, 같은 장소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그분 사랑의 방식은 ‘나의 살과 피’, 곧 내 온 전체를 너에게 내주어 너와 하나 되는 것입니다. 이로써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영원히 내주(內住) 합니다. ‘내 안에 너 있고, 네 안에 내가 살도록’ 하나로 결속하는 사랑의 묘책이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입니다.

당시 유다인들처럼 주린 배를 채우는 감각적 차원이나 말씀의 본말을 자구적으로만 알아듣는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닙니다. 신앙에는 제2의 눈과 귀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내 안에 영원히 거처하기를 바라시는 주님을 정성껏 모시며, 그 분과 이룬 사랑의 연결고리가 이웃에게까지 이어 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박현창 베드로 신부(갈곶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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