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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0-08-11 조회수 : 378

8월 11일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에제키엘 2,8─3,4
마태오 18,1-5.10.12-14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사 안에서 일제강점기가 씻을 수 없는 수모요 아픔의 역사였듯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바빌로니아로부터의 침략과 멸망, 그리고 유배는 엄청난 수치요 슬픔의 역사였습니다. 
 
휘황찬란했던 예루살렘 성전은 철저히 파괴되었고 잘 나가던 다윗 왕조는 하루 아침에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젊은 인재들이 볼모로, 포로로, 노예로 물설고 낳선 땅으로 끌려갔습니다. 
1,500Km가 넘는 먼 타국 땅으로 끌려가서 유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바빌로니아 유배는 50년간 이어집니다. 
 
에제키엘은 이스라엘 백성이 성전 파괴와 멸망, 그리고 유배라는 혹독한 고초를 겪던 순간 
유배지에서 소명을 받고 활동했던 사제 예언자였습니다.  
 
그는 기원전 597년 1차 바빌론 유배 때 포로로 끌려갔으며, 유배지에 정착한지 5년이 지난 기원전 593년 바빌로니아 크바르 강가에서 
예언자로 불림받습니다. 
 
에제키엘은 환시 중에 천상 어좌에 좌정하신 주님의 눈부신 영광을 목격합니다. 주님께서 그에게 두루마리 하나를 펼쳐보이셨는데, 거기에는 주님의 비탄과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한 말씀이 가득 적혀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주님께서는 그 두루마리를 에제키엘의 입에 넣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아, 네가 보는 것을 받아먹어라. 이 두루마리를 먹고, 가서 이스라엘 집안에게 말하여라. 
이 두루마리로 배를 불리고 속을 채워라.”(에제키엘 3장 1~3절)
주님 말씀 따라 두루마리를 낼름 받아먹고 난 에제키엘은 이렇게 외칩니다.
“내가 그것을 먹으니 꿀처럼 입에 달았다.” 
 
이스라엘은 집단적 타락과 우상숭배와 거듭된 배신과 불충실의 결과 철저하게도 패망 당했으며, 유배까지 떠나는 등, 범국가적으로 역사상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회개하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에제키엘은 그런 뻔뻔하고 마음이 완고한 동족들에게 회개와 새생활을 외쳐야했습니다. 
 
예언자로서의 에제키엘의 삶은 참으로 혹독하고 기구했습니다. 
그는 부르심을 받자마자 언어장애인이 되어 가택연금을 당하게 됩니다. 
그의 언어 장애는 부르심을 받은 이후 예루살렘이 멸망할 때까지 6~7년간 지속됩니다. 
 
예언자로서 선포하지도 못하고 걸어다니지도 못하니 이보다 더 큰 고초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침묵 속에 다양한 상징 행위들을 통해 
예언을 이어갔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어느날 주님께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말씀을 에제키엘에게 건네십니다. 
 
“사람의 아들아, 나는 네 눈의 즐거움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너에게서 앗아가겠다. 
너는 슬퍼하지도 울지도 눈물을 흘리지도 마라. 
조용히 탄식하며. 죽은 이를 두고 곡을 하지 마라. 
머리에 쓰개를 쓰고 발에 신을 신어라. 
콧수염을 가리지 말고 사람들이 가져온 빵을 먹지 마라.”(에제키엘 24장 16~17절) 
 
이틑날 아침 정말이지 기가 막힌 일이 발생합니다, 
에제키엘이 주님께서 건네주신 예언의 말씀을 백성들에게 전해 주었는데, 그날 저녁에 에제키엘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예언자로서의 삶이 참으로 끔찍했던 에제키엘이었습니다. 
때로 아무리 외쳐도 귀를 막아버리는 동족들이었습니다. 
마치도 밑빠진 독의 물붓기 같았던 예언자로의 삶이었습니다.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던 에제키엘의 일생이었습니다. 
 
그때 마다 에제키엘은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았던 첫 순간의 달콤한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주님께서 입에 넣어주셨던 꿀처럼 달콤했던 두루마리의 맛을 떠올렸습니다. 
늘어진 다리에 힘을 주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또 다시 기약없는 예언자로서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상황 앞에서도 에제키엘이 건네는 메시지의 결론은 언제나 희망적이고 낙관적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의 패망을 거듭 외쳤지만, 이스라엘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주님께 돌아서기만 한다면, 새로움의 근원이신 주님께서 새 하늘, 새 땅, 새 마음, 새 기운, 새 생명, 새 계약, 새로운 미래를 선물로 주실 것임을 선포하였습니다. 
 
유배지에서의 처절한 고통과 쓰라린 절망 가운데서도 에제키엘은 새로움을 외쳤습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그 새로움은 물질적 의미의 새로움을 넘어 존재론적인 의미의 새로움입니다. 
그 새로움은 새로운 마음, 새로운 정신, 새로운 기운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존재로서의 
새로움입니다.” 
 
“새로운 존재 안에는 완고하고 무딘 돌 심장이 아니라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살 심장이 뛰며 움직일 것입니다.  
 
새로운 존재 안에는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 피가 순환되는 따뜻한 마음,  연민과 자비로 가득한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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