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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2-12 조회수 : 2776

신학생 때 산악부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부가 되어서도 계속 등산을 좋아할까요? 사실 신부가 된 뒤에는 산에 간 기억이 몇 번 없습니다. 아마 10번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좋아했던 등산에 대한 재미를 잃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하니 ‘속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신학생 때는 체력이 좋아서 거의 산을 뛰어다녔습니다. 심지어 산 정상까지 누가 빨리 다녀오는지를 산악반 동기와 내기했던 기억도 많습니다. 등산을 이렇게 속도전으로 하니 산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얼마나 빨리 정상에 다녀오느냐만 관심사였습니다. 

신부가 된 후, 꾸준히 운동하지 않았고 또 등산도 자주 하지 않다 보니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이 상태에서 산을 뛰어 올라갈 수 있을까요? 제가 가졌던 등산의 목적인 ‘속도’를 채울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등산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면서 걷는 산책과 상쾌한 바람을 느끼는 자전거 하이킹은 계속하게 됩니다. 체력 문제보다 주변을 바라보려는 넓은 마음만 있으면 되니까요. 

주님께 다가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빠른 응답만 요구하면 금세 주님한테서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작은 곳 안에서도 함께하시는 주님을 느끼려고 노력하면 오랫동안 커다란 기쁨 안에서 주님과 함께 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과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 오랫동안 주님 뜻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 이것이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가장 커다란 준비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순간의 만족만을 원하고, 짧은 노력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빠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입니다. 올 한 해도 주님께서는 풍성한 축복을 우리에게 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축복을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나의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는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을 수 없습니다. 빠른 응답만을 요구하고, 크고 화려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만 요구해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는 복음에 나오듯이 오실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잘하는 사람만이 올 한 해의 커다란 축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언제나 깨어 준비하는 종이 되어야 합니다. 속도를 요구하는 종이 아닌, 긴 시간 주님과 함께 하는 마음을 갖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멋지게 만들면 어떨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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