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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2-13 조회수 : 2616

하느님 나라, 우리의 미약하고 작은 나눔이 큰 축제로 변화되는 곳! 
 
 
회장님의 거듭되는 간곡한 부탁에 한 교구 성령대회 강의를 갔었습니다. 
나름 준비한다고 준비했는데도, 워낙 장소가 큰데다가, 운집해있는 엄청난 숫자의 신자들로 인해, 강론대 서자마자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줄잡아 이천명 정도나 되어 보였습니다. 
보통 백명 이백명, 많아야 3~4백명 앞에서 주로 강의하다가, 그야말로 군중들 앞에 서니, 그 숫자에 압도되어 횡설수설, 우왕좌왕,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강의를 겨우 마무리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왜 그 강의 한다고 수락해서 이 쌩고생을 했는지, 내가 미쳤지 미쳤어!’ 라고 혼자 외치며, 수도 없이 가슴을 쳤습니다. 
그리고 각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용기와 만용도 철저하게 다르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앞으로 절대 만용을 부리지 말아야겠다고 굳게 다짐도 헀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 말씀을 들으려고 광야로 몰려온 사람들의 숫자는 장장 사천 명이었습니다. 
이천명도 그리 대단했었는데, 사천 명이면 정말이지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많은 사람에게 특강만 하신 것이 아니라, 
특강이 끝난 후 모두를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십니다. 
 
사실 오늘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 참으로 놀랍고도 대단한 기적입니다. 
간단하게 일인당 오천 원짜리 해장국 한 그릇씩 먹었다고 쳐도 2천만원돈입니다. 
 
언젠가 큰 축제를 치루면서 천 명 정도 손님을 맞이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점심식사 한 끼 대접하느라, 공동체 모든 식구들은 며칠 내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시장 봐와야지, 찬거리 다듬어야지, 요리해야지, 식탁 차려야지, 설거지해야지... 정말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빵 일곱 개로 사천 명을 배불리 먹이십니다. 
진리의 말씀에 목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군중들은 사흘 동안이나 굶어 정신조차 혼미했었는데, 겨우 빵 7개로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요? 우리의 미약하고 작은 나눔이 큰 축제로 변화되는 곳,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선행이 엄청난 사랑으로 확장되는 곳, 우리의 작은 희생과 고통에 대한 인내가 하느님 나라의 풍성한 결실로 성장하는 곳...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일곱 바구니나 되었다. 
사람들은 사천 명가량이었다.”(마르코 8장 8~9절)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 잠깐동안이지만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하느님 나라의 본성은 
바로 풍요로움이었습니다. 
그분 가시는 곳 마다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은총이 흘러 넘쳤습니다. 
모든 이의 소망이 충족되었습니다.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제외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우세한 특징은 흘러넘치는 축복입니다. 
육적인 먹거리뿐만 아니라 영적인 먹거리도 흘러넘치는 곳, 지상에서의 모든 결핍과 제한이 원없이 충족되는 곳, 기쁨도 감사도 흘러넘치는 그런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더 이상 차별도 없고 더 이상 그 누구도 풍요로움에서 제외되지 않는 곳, 모두가 하느님 은총을 흘러넘치게 받고 또 받는 곳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했던 군중들은 한시적으로나마 풍요로운 하느님 나라를 앞당겨서 체험했습니다. 
예수님의 그 너그럽고 넉넉한 마음에 군중들은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늘 우리 교회에게 주어지는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 있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외적인 교회 건축도 중요하지만 의인이든 죄인이든, 나그네이든 이방인이든 그 누구든 상관없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원없이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이는 활짝 열린 교회, 자비와 나눔이 흘러넘치는 교회 건설을 위해 다같이 힘을 모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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