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제 취미는 우표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용돈을 우표 사는데 쏟아부을 정도로 우표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우표가 나오는 날에는 새벽 일찍 우체국에 달려가서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그래야 원하는 우표를 살 수가 있었으니까요.
이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새 우표가 나온다고 하면 모든 것이 다 뒤로 미뤄집니다. 아침밥은 그냥 건너뜁니다(우표를 사서 곧바로 학교로 가야 했습니다). 아침에 할 숙제가 있어도 우체국 가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준비물을 깜빡 잊더라도 우표구입이 먼저였습니다.
지금은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다 사라진 우표이지만, 그 당시에는 제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표 하나하나를 꺼내 보면서 큰 기쁨을 가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왜 이렇게 유난을 떨었을까요? 우표를 단순히 우편물 보낼 때의 우편요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게는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이 우표를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 전시회에 출품까지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우표 이외의 것은 다 뒤로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군중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들이 예수님 앞에 머문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몇 시간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그마치 사흘이었습니다. 그것도 먹을 것도 없이 쫄쫄 굶으면서 예수님 앞에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 준비 없이 여행을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굶는 것도 상관없고, 불편함이 가득한데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과 함께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세속의 굶주림이야 언제든지 채울 수가 있지만, 예수님을 만나는 일은 다시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예수님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그들의 이 믿음을 보신 것입니다. 세상의 것들은 모두 뒤로 하고, 주님만을 따르려는 그들의 마음에 반응하십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가져온 빵 일곱 개와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가지고서 자그마치 4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배불리 먹이신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께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미사가 조금만 길어져도 힘들어하는 우리, 코로나19가 심해졌을 때 편하게 집에서 방송 미사 본다고 좋아하는 모습.
주님 안에 머물기보다는 세상 안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면. 주님께서 보여주시는 표징을 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주님뿐인 사람만이 주님의 표징을 직접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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