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그리고 다시 삶의 자리에서>
문득 삶의 한 가운데
외로이 서 있는 나를 봅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무엇을 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머무를 따름입니다.
이렇게 머무르다 보면 내가 보입니다.
힘겨움에 지친 나를 보기도 하고,
뜨거운 열정에 넘쳐나는 나를 보기도 합니다.
긴 시간 꿈같은 시간에 머물러
희미한 내 모습에 시선을 두기도 하고,
스치는 시간 속에서도
한줄기 빛처럼 분명하게 다가오는
내 모습을 붙잡기도 합니다.
이 시간 이 자리가
내 삶의 광야입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과 자리일 수도 있고,
왁자지껄한 시내 한복판일 수도 있습니다.
주고받는 시선 없이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낮선 사람들 안에도,
매일 매일 쏟아지는 내게 맡겨진 일들 안에도,
나의 눈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는
온갖 세상 이야기 가운데에도
나의 광야가 있습니다.
광야에서 나를 봅니다.
나의 더러움과 부족함과 헛된 욕망을,
나의 아름다움과 따스함과 올바른 의지를 느낍니다.
광야에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봅니다.
나를 세상에 보내시고 지켜봐주시는 그 분을,
언제나 따스한 마음과 힘찬 두 팔로 일으켜주시는
그 분을 느낍니다.
광야에서 사람과 세상을 봅니다.
나와 더불어 숨 쉬고 있는 모든 것을 봅니다.
나와 무관하다고 여겼던 모든 것이
나와 하나가 됩니다.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이 새로움이 곧 내게서 사라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내게 신선한 공기와 같습니다.
삶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광야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가끔씩
아름답고 선한 삶의 밑그림을
새롭게 그리려 광야를 찾아 나섭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
우리 함께 예수님을 따라 광야로 나가요.
그곳에서 우리 함께
탐욕, 명예, 권력, 온갖 우상의 유혹에
당당하게 맞서요.
그곳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만나요.
그리고 흔들림 없이
기쁨, 희망, 열정 가득 머금고
새롭게 한 발 내딛어요.
우리 함께 삶의 자리에서
불의와 분열의 먹구름을 걷어치우고,
정의와 평화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요.
우리 함께 빛의 자녀로서 어둠의 자식들에게,
억압과 착취로 검게 물든
화려한 거친 세상의 슬픈 소식을 말끔히 씻어버리고,
나눔과 섬김으로 더불어 함께 사는
소박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품에 안으라고 외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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