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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16 조회수 : 3008

‘버섯’을 사려면 슈퍼마켓에서 어느 매장으로 가야 할까요? 1번) 과일/채소 매장, 2번) 정육/계란류 매장, 3번) 냉장/냉동/간편식 매장 4번) 과자/스낵/시리얼 매장. 당연히 1번 과일/채소 매장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버섯은 ‘식물’일까요? 사실 버섯은 ‘균’계의 진균류로, 식물도 동물도 아닙니다.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서 살지도 않고, 동물처럼 먹이를 얻으려고 돌아다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동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육 매장에 가서 ‘버섯’을 찾지 않습니다. 겉모습만을 보면 식물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할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겉모습 너머의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어리석음의 길에 들어섭니다. 과거 예수님을 반대했던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들의 배움이 부족했을까요? 아니면 그들의 하느님께 대한 기도가 부족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문제는 자기의 틀에서 벗어나는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곁에서 하느님은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 활동하십니다. 그런데 나의 부족한 앎으로 하느님을 판단하고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복음은 벳자타 못에서 치유된 병자의 이야기입니다.


벳자타 못에서 사제들은 희생 제물로 바칠 짐승들을 씻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거룩한 못의 물이 출렁일 때 천사가 내려와 신체의 질병이 치유되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서른여덟 해나 앓는 사람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입니다.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즉, 불평하지 않고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지금까지 나를 지고 있던 육체를 다스리고 모든 선행 안에서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살라는 촉구입니다.


그는 이 요구를 충실히 따릅니다. 들것을 들고 다녀서는 안 된다는 안식일 법을 어겼다는 지적에, 예수님께서 치유해주셨음을 담대하게 고백합니다. 이 고백으로 그는 영혼까지 건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건강하게 되었다. 더 나쁜 일이 너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진정한 자유와 큰 기쁨을 주시는, 즉 나를 이롭게 해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유다인처럼 나를 구속하고 힘들게 하는 잘못된 세속적 말만 듣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주님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어머니의 김치찌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머니 표 김치찌개입니다. 물론 다른 곳에서 먹는 김치찌개도 좋지만, 어머니께서 해 주신 김치찌개와는 전혀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 김치찌개의 맛은 어떤 것보다도 좋았고 큰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맛을 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주님 곁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김치찌개가 더 그립습니다.


어머니께서 김치찌개를 해 주셨을 때, 솔직히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못했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습니다. 아쉬움과 함께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며, 자신에게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작은 것에도 의미를 찾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조명연 마태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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