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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1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3-17 조회수 : 3162

성공과 기쁨의 날에도 함께 하시지만, 실패와 슬픔의 깊은 밤에도 함께 하시는 주님!


오늘 주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통해서 우리 인간을 향한 당신의 뜨겁고 절절한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계시는데,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듭니다. 이 세상 그 어떤 부모, 그 어떤 연인들이 이같은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시온은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하고 말하였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야서 49장 14~15절)


예기치 않은 고통이나 환난이 찾아올 때 우리 역시 이스라엘 백성처럼 부르짖습니다.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성공과 기쁨의 날에도 함께 하시지만, 실패와 슬픔의 깊은 밤에도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주님이십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떠나간다 할지라도 주님만큼은 항상 나를 떠나지 않으시고, 나와 함께 하시며 끝까지 응원하시고 지지해주시겠다니,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 있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영원하지 않은 우리 인간 존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유형의 버림을 받습니다. 결코 원치 않았지만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속절없이 세월이 흐르고, 든든한 산 같던 아버지, 편안한 언덕 같던 어머니도 병들고, 늙고, 세상을 떠납니다. 엄중한 세월의 순환 주기 앞에서 그 누구도 영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만은 다릅니다. 세상의 부모들과 사랑했던 사람들, 믿었던 친구들과 숱한 인연들이 세월과 더불어 사라지고 떠나가지만 주님만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따지고 보니 참된 아버지요 진정한 어머니는 바로 우리 주님이십니다.


“여인이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이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란 주님 말씀이 참으로 오래도록 제 가슴 속에 큰 여운을 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 한명 한명을 바라보는 주님의 시선은 분노와 실망의 시선이 아니라 한없이 따뜻하고 너그러운 시선입니다. 마치 갓 태어난 젖먹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시선처럼 말입니다.


갓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는 통상적인 어머니들의 시선은 어떻습니까? 자신의 몸을 통해 세상에 나온 자신을 꼭 빼닮은 한 생명체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놀라울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 사랑스럽고 대견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행여 어디 잘못되기나 할까? 혹시라도 어디 아플까 늘 걱정스러울 것입니다. 애지중지(愛之重之) 혹은 노심초사(勞心焦思)란 말이 딱 맞을 것입니다.


오늘 나를 바라보시는 주님의 시선 역시 은혜롭게도 애지중지, 노심초사가 가득 담긴 시선이 틀림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떠나간다 할지라도 끝까지 내 곁을 떠나가지 않으시는 분, 끝까지 내 등 뒤에 서서 나를 응원하시는 분이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내가 깊은 수렁에 빠져 허덕일 때, 친구들이며 지인들이 다 나를 두고 수군거릴 때도 끝까지 나를 잊지 않고 보살피시는 분이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그분을 떠나 큰 죄를 짓고 방황할 때조차도 끝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나를 귀히 여기시는 분, 나를 존중하고 나에 대한 구원의지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이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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