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4월 27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27 조회수 : 2739

사는 게 녹록치 않을 때
 

동료 신부님과 산책 나갔다가 가게 앞에 세워놓은 입간판에 완전 매료되어 막걸리를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삶이 애잔해질 때...속 훑어주는 ○○홍어’
“사는 게 녹록치 않을 때가 있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그럴 땐 속 훑어주는 잘 삭힌 홍어 한 점과 탁주 한 사발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겉으로는 꽤나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나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처참하리만치 암담한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좌절과 낙담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런 시절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는
누군가로부터의 위로와 격려, 관심과 지지입니다.
 
숱한 암초 앞에 서 있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가려질 순간이 드디어 목전에 다가왔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그분은 소박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면 좋겠습니다.
선한 미소와 넉넉한 웃음의 소유자였으면 좋겠습니다.
다정한 위로와 자상한 격려의 전문가였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입사 면접에 고배를 마시고 낙담해하고 있는 청년들을
따뜻이 안아주며 힘내라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사는 게 너무 막막해 주름이 한층 깊어가는 어르신들과 둘러앉아 스스럼없이 막걸리 한잔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직장생활에다 육아에다 삶이 너무 힘겨운 젊은 부모들을 내 자식처럼 여기고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암울하고 힘겨웠던 군부독재 시절, 철권통치 앞에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맞서 청춘을 불살라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아무런 죄도 없이 투옥되어 인생의 가장 밑바닥 체험을 해 본 사람, 그래서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심정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그 어디 가고 기댈 언덕 하나 없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사심 없이 봉사해본 경험이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있는 사람 앞에 비굴하지 않고, 없는 사람 무시하지 않으며, 겸손하고 예의바른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막말이나 폭언하지 않고, 저속하고 쌍스러운 표현 쓰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가까운 사람들, 특히 부모 자식들과 친지들, 또한 장인장모님도 지극정성으로 배려하고 정성껏 봉양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어떤 유다인들에게 있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자신들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목숨 걸고 준수해왔던 안식일 규정이며 정결예식을 보란 듯이 파기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혹시라도 이분이 정말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일말의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예수님께 던진 것입니다.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속을 태울 작정이오?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요한복음 10장 24절)
 
그때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래도록 제 마음 속에 메아리쳤습니다.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요한복음 10장 25절)
 
맞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 이름으로 행하신 모든 사랑의 기적들, 수많은 치유활동들, 극적인 구마행위들,
엄청난 사랑의 기적들이 모두 그분이 메시아성을 명명백백하게 확증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그 많은 일들을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에 찬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유다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우리 역시 영적 눈이 어두워 예수님의 메시아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는 곧 하느님 아버지의 외아들이자, 더 나아가서 그분과 한 마음 한 몸이신 분,
하느님 그분 자체라는 진리를 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