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2,44-50 : 나는 빛으로서 세상에 왔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것이다.”(44절) 아들을 모르는 사람은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드님을 부인하는 자는 아무도 아버지를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1요한 2,23)고 하신 것이다. 그러기에 아들을 고백하는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 두 분을 다 모시고 있다. 우리는 아들 그리스도를 믿고 있다. 그분은 빛으로서 세상에 오셨으며 당신을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분은 아들로서 아버지께로부터 오신 분이시고 당신을 믿는 것이 아버지를 믿는 것이라고 하시는 이유이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45절) 이 말씀은 아들이 아버지와 본질이 같은 분이심을 의미한다. 그래서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사실은 그 물이 흐를 수 있게 한 샘의 물을 쓰는 것과 같다. 흐르는 물의 본질은 샘물의 본질과 같은 것이다. 즉 우리는 말씀을 바라봄으로써 아버지를 볼 수 있으며, 아들의 말씀을 듣는 것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또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를 만나시고 우리는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를 만난다는 뜻이다. 하느님께서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들을 영원으로부터 보고 계시며, 아들을 통하여 우리 모두가 당신의 자녀가 되기를 원하시는 분이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 속에 머무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46절)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라고 하셨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라면 세상의 빛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은 믿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야 하며, 그분에게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어둠에 싸일 것이다. 우리를 비추는 빛이 먼저 떨어져 나가는 일은 없다. 인간의 잘못으로 인간이 빛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어둠 속에 남아있지 않으려면 세상에 오신 빛을 믿고 빛이 있는 곳으로 나와야 한다. 빛을 피해 다시 어둠 속으로 가서는 안 된다.
“나는 세상을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러 왔다.”(47절) 주님께서는 “악인의 죽음을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인이 자기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을 기뻐한다.”(에제 33,11)고 하셨다. 그래서 당신의 말을 듣고 그것을 지키지 않는다 하여도 심판하지 않겠다고 하신 것이다. 정녕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호세 6,6 참조)라고 하신 것과 같이, 희생제물은 의로운 사람을 더욱 맞갖은 사람이 되게 하고, 자비는 죄인이 구원받게 해 주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도 구원의 믿음을 거부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단죄하는 것이다.
“내가 한 바로 그 말이 마지막 날에 그를 심판할 것이다.”(48절) 이 말씀은 그분이 마지막 날에 몸소 심판하실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시는 말씀이다. 그분이 하신 말씀은 바로 그분 자신이시다. 그분의 말씀이 바로 그분이기 때문에 그분으로서 심판하신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말씀을 듣고도 그 말씀을 업신여긴 이들은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씀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함으로써 스스로를 단죄해서는 안 된다.
주님께서는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 친히 나에게 명령하셨다.”(49절)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의 살아 있는 인격적 말씀이시니 아버지를 잘 알려주실 수 있다. 그러기에 이 말씀은 당신께서 아버지의 뜻을 밝히시겠다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아버지에 관한 지식으로 인도하시며, 우리가 당신을 통하여 아버지를 알도록 하신다는 말씀이다. 그분은 항상 우리를 아버지께로 이끌어 주셨으며,그러기에 그분이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아버지의 뜻이다. 그러니 이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나는 그분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임을 안다.”(50절)영원한 생명이 아들이고 하느님의 명령이 영원한 생명이라면, 예수님의 이 말씀은 ‘내가 곧 아버지의 명령이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는 말이다.”(50절)라고 하신 것이다. 즉, “지금 너희에게 말하는 내가 바로 말씀이다.”라는 말씀이다. 아버지는 참되시고, 아들은 진리이시다. 참되신 분께서 진리를 낳으셨다. 이 진리는 처음부터 완전해서 새로운 진리를 보탤 필요가 없다. 당신의 진리를 말씀하시면 되는 분이다.
이렇게 아버지의 말씀이시고, 진리이신 그분을 맞아들이고 따르면서 항상 빛속에 살며 세상을 비추어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우리가 되도록 주님께 도움을 청하자.
(조욱현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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